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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쉬 걸 1930년대에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화가 릴리 엘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미장센, 특히 의상과 소품 등 미술이 매우 뛰어나고 다소 밋밋한 연출에 영혼을 불어넣는 듯한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엄청나다. 일반적인 퀴어영화처럼 트랜스젠더인 주인공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랑하는 남편이 점차 여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으며 고통스러워하다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엔 진심으로 릴리의 행복을 바라는 아내 게르다의 모습도 비중 있게 그리고 있어서 오히려 이성애자들이 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게르다를 완벽하게 소화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88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함으로써 연기력을 증명한다.(극 후반부에 가면 남자였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메소드 연기를 보여..
더 킹: 헨리 5세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헨리 5세의 왕위 등극부터 아쟁쿠르 전투에서 승리하고 카트린 공주와 결혼하는데 까지를 다루고 있다. 시대물로서 의상이나 갑옷 등의 고증과 미술이 충실하고 전투 묘사도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로지 헨리 5세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복잡한 인물들 간의 암투나 강렬한 액션이나 전투 같은, 중세물에서 흔히 기대할 법한 요소들은 없다고 보면 된다. 듄으로 상한가를 찍으며 가장 핫한 배우 중 한 명이 된 티모시 샬라메가 헨리 5세의 심리 변화나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애쓰지만 장편 드라마가 아닌 2시간 남짓한 단편 영화에 온전히 담아내기엔 부족함이 느껴진다. 6.5/10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의 구도와 색채가 미술품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하다. 두 주인공 중 마리안느 역의 노에미 메를랑의 절제된 표정 속에 많은 것이 담긴듯한 눈빛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각본을 직접 쓴 감독 셀린 시아마와 주연 아델 에넬은 레즈비언이고 촬영 감독 등 주요 스태프도 전부 여성이며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은 단역 1~2명이 전부일 정도로 철저히 여성에 의한 영화지만, 감상 후에 남는 건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에는 어떠한 조건도 이유도 필요치 않다는 단순 명료한 진리이다. 7.0/10
더 더트(The Dirt) 음악 역사상 가장 막장이었던 80년대 글램 메탈, 팝 메탈 신에서도 최고로 막장이었던 머틀리 크루의 전기 영화. 예상대로 영화는 섹스, 드럭, 알코올과 머틀리 크루의 곡들로 가득하지만 진성 양아치들이었던 머틀리 크루를 담아내기엔 너무 얌전했고 음악적으로도 그들의 에너지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80년대 화려했던 팝 메탈에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시절의 낭만과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6.8/10 ps. 멤버들의 싱크로율은 대체로 별로지만 토미 리를 연기한 머신 건 켈리는 특유의 깡마르고 길쭉한 체형이 꽤나 비슷하고 드럼 스틱 돌리는 연습도 엄청 한 것 같다.(잘 돌림)
돈 룩 업 SF 재난 영화를 빙자한 정치, 사회 풍자 코미디.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 대입해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이런 블랙코미디 영화는 오랜만이라 피식거리며 보긴 했지만 2시간 20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을 채우기엔 이야기가 빈약하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잘라내도 영화 진행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블란쳇에 티모시 샬라메까지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볼거리다.(보너스로 조나 힐에 론 펄먼,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7.0/10 ps. 호화 캐스팅에 제작비를 다 썼는지 CG는 매우 허접하다.
듄(파트 1)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개봉한 듄을 관람했다. 드니 빌뇌브 본인이 직접 밝혔듯이 그의 영화들 중 가장 대중적으로 느껴지지만, 특유의 건조한 비주얼과 느린 호흡은 대중성과는 무관하게 드니 빌뇌브 영화임을 드러낸다. 비주얼과 음악, 연기 모두 좋았고 듄의 세계에 몰입하는데 충분했지만 영화 전반의 느린 호흡은 2시간 반에 달하는 긴 상영 시간에 비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진 못했다.(안 그래도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다 담아내긴 불가능하지만 생각보다도 더 많이 생략된 느낌) 게다가 원작 소설 1권을 2편으로 나누어 제작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시점에 끝나버려 너무 아쉽고 허무하다. 앞으로 최소 2년은 기다려야 볼 수 있을 파트 2가 차질 없이 제작되길 바랄 뿐이다. 8.0/10
인질 원래는 볼 계획이 없었던 영화인데 일정이랑 예매권 사용기한 등이 꼬이면서 다른 영화를 볼 수밖에 없게 됐고, 그나마 나아 보이는 걸 고른 것이 인질이었다.('황정민 나오니까 그래도 기본은 하겠지'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이유였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인질극인데 인질인 황정민이 극 중 캐릭터가 아닌 배우 황정민 본인 역할로 출연한다는 점 외에는 딱히 특별한 건 없다. 문제는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이 아니라 평소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속 황정민 캐릭터로 보인다는 거다. 결국 영화의 유일한 특별함이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으니 남는 건 흔한 인질극 밖에 없다. 6.0/10
모가디슈 '신파와 국뽕' 일단 이 두 가지가 없어서 좋았다. 신파와 국뽕의 늪에 빠지기 쉬운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잘 참았다. 아마 류승완 감독이 전작 군함도에서 크게 데였던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영화 본 사람들은 알아들을 '깻잎 신' 같은 게 분명 더 있었을 것 같은데, 편집하면서 다 걷어낸 게 아닐까.. 어쨌건 덕분에 영화는 질척거리는 장면 없이 꽤 담백하게 나왔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없는 게 있는데, '액션'이다. 장르를 액션, 드라마라고 내 걸고 있지만 이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내전에 휩싸인 소말리아가 극 중 배경이니 두 시간 내내 총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제대로 된 총격전은 없으며, 주인공들은 그저 살기 위해 도망칠 뿐이다. 하지만 제작비 250억짜리 호화 캐스팅 대작을 심심한 ..
랑종 태국판 엑소시스트+블레어 위치+파라노말 액티비티+부산행의 어정쩡한 짬뽕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찍었고 나홍진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 원안을 제공한 태국 영화라는 정도만 확인하고 김 빠질까 봐 예고편도 보지 않고 관람했지만, '역대급으로 무섭다'는 평들을 보며 설레발임을 알면서도 은근 기대를 했다. 먼저 '랑종이 무서웠냐?'라고 묻는다면 공포 영화는 스타일이 워낙 다양하고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주제나 강도가 제각각이라 무섭다는 기준을 잡기 어렵지만 점프 스케어나 폭력적인 쪽으로 내성이 강한 내 기준에는 전혀 무섭지 않은 영화였다. 초중반까지는 무당을 주인공으로 한 샤머니즘 주제의 다큐멘터리처럼 잔잔하게 진행되는데, 무섭진 않지만 태국 시골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비슷한 부분들이 흥미롭기도 ..
크루엘라 말레피센트에 이은 디즈니의 빌런 재해석. 스토리는 크루엘라의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막장 드라마급이지만 원작과의 연결고리를 이어받기도 하고, 각색하기도 하면서 유쾌하게 풀어냈다. 6,70년대 런던 패션계가 주요 무대인 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과 미술이 인상적이고, 비기스, 더클래시, 딥퍼플, 롤링스톤즈, ELO, 블론디 등 그 시절 팝, 록 스타들의 곡들로 가득 찬 음악도 좋았다. 엠마 스톤의 연기야 이미 물오른 상태지만 상대역인 엠마 톰슨의 내공에서 나오는 신경질적이고 거만한 연기가 정말 일품이다. 하지만 디즈니의 흡연 장면 금지 정책 때문에 크루엘라의 상징과 같은 담뱃대를 빼앗긴 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빌런인 만큼 조금만 리미트를 풀어줬더라면 더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텐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분노의 질주 신작 덕분에 1년 만에 극장 구경하고 왔다. 첫 편이 나온 지 올해로 20년, 외전인 홉스&쇼까지 10편째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이젠 기대 같은 거 보다는 그동안 쌓인 정(?) 때문에 챙겨보는 영화가 되었다. 이젠 명실상부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액션 프랜차이즈가 된 만큼 이번에도 제작비 2억 달러를 쏟아부어 신나게 때려 부수며 눈요기를 시켜준다. 1편에서 트레일러나 터는 좀도둑 무리에서 시작해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탱크에 비행기에 빌딩, 잠수함까지 스케일이 커져갔고, 이러다 우주까지 나가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물론 분노의 질주가 현실성이나 물리법칙 따위는 무시하고 봐야 하는 오락 영화가 된 지 오래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차인표 유치하거나 별로 안 웃길 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나 지루할 줄은 몰랐다. 시트콤 에피소드 1편 분량을 억지로 100분으로 늘려놓은 듯한 구성. 차인표 본인에게는 어떤 면에서 의미 있는 영화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로서 보자면 연출이나 각본이 정말 수준 미달이다. 아예 약 빤 콘셉트로 막 나가던가 하다못해 포스터처럼 오토바이 타고 색소폰이라도 부는 게 낫지, 영화 절반을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누워만 있으면 뭘 어쩌자는 걸까? 원래 극장 개봉하려다 코로나 때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변경했다고 하는데 이게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잘한 일이다. 4.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