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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Radiohead - Pablo Honey (1993)



라디오헤드의 데뷔앨범.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우연히 보게된 Creep의 라이브 영상을 통해 이들을 알게됐다.
그때까지만해도 난 80년대중반~90년대초반의 LA메탈과 하드락을 즐겨듣고 있었고 이들을 퇴물로 만들어버리며 새롭게 주류로 떠오르던 얼터너티브에도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얼터와는 또다른 영국의 브릿팝에 난 묘한 매력을 느끼게됐고 그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해준게 라디오헤드의 바로 이 앨범이다.
불안한 불협화음속에서 소박하면서도 강렬하고, 우울하면서도 서정적인 그 맛을 알아버린것이다.
이 앨범을 구입하고 말그대로 테잎이 늘어날정도로 들었다.

이 앨범을 놓고 수준이하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봤다.
[The Bends]나 [OK Computer]에 비하면 형편없다는 것인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집이나 3집을 먼저 듣고 뒤늦게 데뷔앨범을 들어보고는 이런소릴 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2, 3집은 심오하다못해 완벽한 구성을 갖춘 작품이라 그에 비해 데뷔앨범은 평범한 기타팝으로 들릴 수 도 있다는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데뷔앨범이 절대 수준이하의 작품은 아니다.

우리도 지겹지만 라디오헤드 당사자들도 지겨워하는 Creep은 일단 빼놓자.
Creep을 빼면 이앨범 시체라는 사람들. 이 앨범 제대로 안들어본거다.
Creep이 없더라도 You, Stop Whispering, Thinkin About You, Vegetable, Anyone Can Play Guitar, Blow Out등 좋은곡들 많다.
이후 앨범들에 비해 조금 덜 다듬어진듯한 느낌은 있지만 멜로디라인은 오히려 더 나은곡들도 있다.
그리고 라디오헤드가 이 앨범 이후로 쏟아낸 어떤 앨범에서도 이 앨범만큼 인간적인 따뜻함은 찾아 볼 수 없다.

난 개인적으로 라디오헤드의 모든 앨범들중 2집인 [The Bends]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1집도 무척 좋아하며 좋은 앨범이라고 본다.
2집이니 3집이니 존재하지 않던시절 [Pablo Honey]를 들으며 밤잠 설치던이들이라면 내말에 공감할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