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한창 종로에서 술 먹고 놀던 때는 익선동이란 동네가 있는지조차 몰랐을 정도로 존재감 없는 곳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는 얘기만 듣다가 처음으로 가봤다.
한옥을 개조해서 카페나 음식점, 액세서리 매장 등으로 꾸며놓았는데, 순댓국이나 머리 고기 파는 바로 옆 낙원상가나 탑골공원 주변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한옥마을 길이 비좁기도 하지만 사람이 엄청 많았는데, 마치 코로나하고 전혀 상관없는 곳처럼 보일만큼 북적였다.
태국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익선동 한옥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집 중 하나라고 해서 살라댕 방콕을 가보기로 했다.
밥시간을 피해서 오후 3시쯤 갔더니 웨이팅 없이 들어가긴 했지만 다닥다닥 붙은 2인 테이블 자리로 안내받았다.
쌀국수 두 그릇 먹기는 가능하겠지만 요리 같은걸 먹기엔 너무 비좁고 양 옆 테이블과 거리도 너무 가까워서 불편했다.
그래서 푸팟퐁커리(살라댕 방콕에서 가장 비싸다)를 주문하면서 반대편에 비어있는 4인 테이블로 옮겨주면 안 되겠냐고 얘기했더니 원래 테이블 이동은 안되는데 한번 확인해 본다고 돌아가더니 잠시 후 옮겨준다고 했다.
4인 테이블로 옮겼더니 공간도 넓고 주변 테이블들과 거리도 여유가 있어서 훨씬 쾌적했다.
역시 식당에선 비싼걸 먹어야 대우받는다.
푸팟퐁커리는 내가 싫어하는 가지가 들어있는 것 말고는 맛있고 커리양도 넉넉해서 아주 좋았다.
똠얌꿍 누들도 맛은 흠잡을데 없이 좋았는데 양이 너무 적었다.
면이 적은건 괜찮은데 똠얌꿍의 핵심인 국물까지 적어서 양껏 못 먹었다.
기본 쌀국수가 1.5만 원부터 시작하는 등 가격대는 좀 있지만 흔하지 않은 분위기에 맛도 좋아서 다른 메뉴 맛보러 한 두 번 정도는 더 가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