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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니어: 오토마타

* 직접적인 스토리 언급은 하지 않으나, 게임 구성 요소 등에 관한 스포일러성 내용이 있을 수 있음

난데없이 슈팅으로 시작한다.
종스크롤에서 갑자기 횡스크롤로 뷰가 바뀌기도 한다.
5분여간의 비행 슈팅 끝에 드디어 주인공 중 하나인 2B님 등장하심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면서도..
몇몇 페티쉬를 대놓고 노린 디자인. 어쨌건 멋지다.
비행 슈팅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로 진행하는 중에도 사이드 뷰 횡스크롤 액션 형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탑 뷰도 종종 등장함.
일반적인 3인칭 시점에서도 탄막 액션이 수시로 펼쳐진다.
안드로이드에 점까지 찍어주는 창조주의 세심한 디테일
게임 내 맵은 끔찍한 수준이다.
보스급 몹들은 빠짐 없이 탄막을 뿜어댄다.
안드로이드 로딩을 로딩 화면으로 사용.
2B와 또 하나의 주인공인 9S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 A2
해킹을 이런 슈팅 미니 게임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분량이 꽤 돼서 후반부엔 좀 지루해진다.
안대를 벗으면 자다 일어난 듯한 얼굴이 나타난다.
전투 난이도는 노말 기준으로 쉬운편이다.
네임드 보스인 아담과 이브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비행 슈팅
재미 없는 해킹 미니 게임은 게임 진행상 어쩔 수 없이 계속 해야 한다.
필드에 있는 동물에 탑승하면 빠르게 이동 가능하나 맵 상에 웨이포인트가 많은 편이라 큰 효용은 없다.
머리 염색 놀이 가능
퍼시픽 림이 떠올랐던 장면
적으로 등장하는 기계생명체들은 대부분 투박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반면 아군 비행 유닛은 메카니컬한 디자인으로 대조되는 부분이 재미있다.
엔딩을 총 5개 봐야 전체적인 게임의 스토리를 알 수 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서까지 정신 나간 난이도의 슈팅을 집어넣은 걸 보고 디렉터가 변태라는 것을 확신했다.
최종 엔딩을 보고나면 여태까지 플레이한 세이브 파일을 삭제하는 대가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돕겠냐고 물어본다.
한번 끝을 본 게임은 다시 안하는 스타일이라 쿨하게 '예스' 했더니 진짜로 싹 지워버린다.
세이브 파일을 날리고 나면 타이틀 화면이 변경된다. 이것도 나름대로 특전이라면 특전..

 

니어: 오토마타(이하 오토마타)가 한창 핫했던 2-3년 전에는 별로 이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일본식 중2병 감성의 캐릭터(2B) 빨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실제 해본 결과 이 말이 틀리진 않았다), 세계관이나 특히 스토리가 상당히 좋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지난 PSN 50% 할인 때 구입해서 플레이하게 됐다.

일단 전부터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3회차까지 반복 플레이를 통해 총 5가지의 엔딩을 봐야만 전체적인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한번 클리어 한 게임은 다시 플레이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구조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2회차 플레이는 조작 캐릭터만 2B에서 9S로 바뀔 뿐 동일한 게임 플레이를 한번 더 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했던 거 또 하는 걸 상당히 싫어하기 때문에 많이 지루했었다.

물론 캐릭터의 시점이 바뀌며 1회차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이나 스토리 관련 떡밥들이 중간중간 가미되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똑같은걸 두 번 하게 되는 게임 플레이 자체엔 변함이 없다.

특히 9S의 경우 스캐너 모델이라 전투 특화 모델인 2B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지는데, 이 때문에 2회차임에도 전투 시 대미지가 더 안 나오고 무기도 하나밖에 쓸 수 없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9S의 부족한 전투력을 보완하기 위해 직접적인 전투 대신 스캐너 모델의 특징인 해킹을 사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 해킹이 너무 재미없다.

해킹은 아주 단순한 그래픽의 미니 슈팅 게임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재미도 없지만 전투 도중 해킹 모드로 계속 전환을 반복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맥이 끊긴다.

하지만 3회차에서는 1, 2회차 진행 이후의 스토리를 9S와 A2를 번갈아가며 플레이하기 때문에 2회차의 고비만 넘기면 한결 나아진다.

 

총 30여 시간의 플레이타임으로 A부터 E까지 5가지 주요 엔딩을 모두 보고 난 후 느낀 오토마타의 스토리에 대한 소감은 한마디로 '기대 이하'.

이 게임에서 남는 건 스토리(그리고 2B의 엉덩이) 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스토리에 대한 평이 좋아서 기대를 좀 했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공감되지 않았다.

일단 서기 11,945년이라는 게임의 배경 설정부터가 너무 황당한데, 지금으로부터 만년이나 후인데도 건물들이 무너져있을 뿐 거의 모습을 유지한 채 남아있고 캐릭터들의 의상이나 이런 것들도 너무 그냥 현대 느낌이라 전혀 몰입이 되지 않는다.

또한 외계인의 침공으로 전멸한 세계부터 시작해서 게임의 주요 소재인 인간을 본 따 만든 안드로이드나 진화를 거듭해 자아를 갖게 된 기계 등 이미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한 설정들이 많다.

스포일러라 자세한 언급은 않겠지만 마지막 보스의 공략 방법도 황당했다.

물론 오토마타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런 설정 자체보다는 등장 캐릭터들 간의 관계와 감정선의 흐름이지만 내 성향상 이런 부분들 때문에 몰입이 어려웠다.

반면 게임 디자인 측면에선 여러 가지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3인칭 3D 게임에 비행 슈팅을 그것도 횡스크롤과 종스크롤을 넘나들며 삽입하고, 3인칭 액션 시점에서도 전투에 탄막 공격을 접목한 것이 신선했다.

또 전투 진행 중에 마치 고전 플랫포머 게임처럼 탑뷰와 사이드뷰를 오가도록 하는 구성도 꽤 인상적이었다.

중요한 건 이런 것들이 어색하거나 억지로 짜 맞춘 느낌이 들지 않고 매끄럽게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근접 전투도 액션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플래티넘 게임즈가 참여한 만큼 스타일리시하고 화려한 액션을 잘 표현했는데 스킬 조합이나 콤보 등 시스템적으로는 단순한 구조라 아쉽다.

전투 난이도도 노말은 너무 쉽고 하드로 가면 단순히 적 대미지만 뻥튀기돼서 한 대 맞으면 죽어버리는 식으로 별로 신경 쓰지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캐릭터가 안드로이드라는 점에 착안해 게임의 UI 요소들부터 여러 가지 공격, 방어 옵션의 칩들을 메모리 용량 내에 장착해 성능을 향상시킨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사람처럼 칼 맞으면 죽고 붉은 피(아마 설정상 오일 같은 거겠지?)까지 흘리는 등 외형은 전혀 로봇(안드로이드)처럼 디자인하지 않은 주제에 바이러스에 걸려 점점 화면이 일그러지며 시야가 망가지는 표현은 굉장히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는 등 이런 표현들이 좋았다.

 

그래픽은 좀 아쉬웠는데 캐릭터 모델링(특히 2B)에 모든 걸 쏟아부었는지 월드의 퀄리티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처음에 얼핏 보면 오픈 월드처럼 보이기도 해서 스케일에 기대를 갖게 만드는데, 실제로는 오픈 월드도 아니고 마을이라고 할만한 곳도 두 개 정도일 뿐으로 스케일도 작다.

특히 게임의 암울하면서도 살짝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시종일관 뿌연 필터를 끼운듯한 화면을 보여주는데, 좀 더 큰 자본이 투입돼서 월드 디자인의 디테일 및 퀄리티를 올렸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게임의 세계관과 분위기 형성에 있어 부족한 그래픽을 보완해 주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OST인데, 단순히 게임 BGM 수준이 아니라 정말 게임에 잘 어울리는 수준급의 곡들이 많다.

오토마타의 OST를 따로 구입해 즐겨 듣는다는 오타..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퀄리티다.

하지만 오토마타 전체에서 최고로 인상적이면서 동시에 황당했던 건 마지막 E엔딩이었는데, 보통 엔딩 크레딧은 게임의 여운을 느끼는 시간인데 이 정신 나간 게임은 엔딩 크레딧을 가지고도 슈팅을 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건 정말 디렉터가 슈팅에 미친 변태 사이코가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더 웃긴 건 도저히 깰 수 없는 난이도로 만들어 놓고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아 깨도록 유도하고 남에게 도움받은 것처럼 너도 다른 플레이어를 도울 거냐고 묻는다. 단, 내 세이브 파일을 날리는 대가로 말이다.

어차피 한번 엔딩 본 게임은 다시 안 하니까 쿨하게 그러겠다고 하면서도 '진짜 날리나?' 반신반의했는데 진짜로 날려버린다.

이런 엔딩 후 세이브 파일 날리기가 니어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하는데, 난 오토마타로 처음 접한 것이다 보니 이런 요소가 참 황당하면서도 신선했다.

 

니어: 오토마타는 어둡고 암울한 세계관과 아름답고 쓸쓸한 음악, 관능적인 미소녀 캐릭터와 메카닉의 조화 등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대놓고 모아놨기 때문에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면 푹 빠질만한 게임인 건 사실이다.

나와는 코드가 좀 다른 쪽이라 아쉽게도 깊게 몰입하진 못했고, 기대했던 스토리도 기대에 못 미쳤고 게임 플레이의 재미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신선하고 참신한 게임 디자인과 구성 요소들이 상당히 인상적인 게임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