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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개발사인 이래셔널 게임즈가 문 닫으며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돼버린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자타공인 명작 시리즈로 평가받았음에도 개발사가 해체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늘의 낙원 컬럼비아




전작인 1,2편의 배경이던 해저도시 랩쳐에서 벗어나 공중도시 컬럼비아에서 게임이 진행되는데 여러모로 랩쳐와 비슷하면서도 상반된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우선 컬럼비아에 도착하게 되면 환상적인 디자인에 할 말을 잃게 되는데 나도 모르게 게임 진행을 잊어버리고 맵 구석구석을 구경하러 돌아다니게 될 정도로 끝내준다.
마치 현존하는 천국을 만들어낸 것처럼 예술이긴 하지만 게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중반 이후부터 컬럼비아가 폐허로 변하며 이러한 매력은 급감한다.
또한 NPC들이 다 똑같이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도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환상적인 디자인에 비해 월드 내의 오브젝트들은 전부 붙박이 고정이라 루팅을 제외한 어떠한 상호작용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세 쌍둥이?



그래픽도 그래픽이지만 바이오쇼크를 명작에 올려놓은 건 매력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인인데 개인적으로 인피니트의 스토리는 바이오쇼크1에 비해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평행우주론, 다중우주론을 차용한 작품들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이젠 좀 식상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다른 차원의 포탈을 마음대로 열어젖히며 드나드는 설정은 초능력을 넘어서 판타지로 가버린 느낌이라 더 억지스러웠고 마지막 반전 역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이건 바이오쇼크 시리즈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안 그래도 배경 설명이 부족한 마당에 플레이어가 직접 찾아들어야 하는 녹음기를 몇 개 놓치기라도 하면 더더욱 게임 흐름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행우주론을 도입하며 한껏 복잡하게 꼬아놓은 스토리를 가진 인피니트에선 이 부분이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한마디로 인피니트의 스토리는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바이오쇼크1만큼 세계관이 매력적이지도 않으며 유토피아 건설의 이념과 이상, 그리고 그에 반해 일어나는 가치관의 대립 등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비슷하면서도 개연성과 설득력은 더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를 살펴보면 우선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이면서 인피니트의 주요 특징인 엘리자베스의 존재를 들 수 있는데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잘 만들었다.
생동감 있고 풍부한 얼굴 표정에서부터 다양한 모션이 보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혼자 솜사탕을 사 먹기도 하며 주인공을 기다릴 땐 멀뚱히 서있는 게 아닌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는다던지 더러운 화장실에 들어가면 코를 막는다던지 등의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행동을 보여준다.
이는 전작들에서 리틀 시스터의 인기 요소를 더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는데 확실히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엘리자베스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 보니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는 못한 것 같다.
마치 잘 짜인 AI 같은 느낌으로 행동은 다양하고 자연스럽지만 캐릭터의 감정이나 성격을 불어넣는 데는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좀 더 풍부한 배경 이야기들과 주인공과의 상호교류가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투에서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동료의 느낌은 아니고 부족한 체력 킷이나 탄약을 찾아서 던져주거나 잠긴 문을 따주는 등의 방식으로 서포트를 해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적에게 공격당하지 않도록 해놨는데 이게 장단점이 있는 것이 보호하느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반대로 신경을 꺼도 되다 보니 좀 더 밀접하게 게임 진행에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도 있다.
중반 이후부터는 거의 전투의 연속으로 쏘고 달리는 진행인데 간간히 총알 던져주는 것 말고는 엘리자베스의 존재감이 없다 보니 이러한 느낌은 점점 커져간다.


바이오쇼크의 키포인트중 하나인 등대



난이도 조절에도 약간 문제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너무 쉬운 편이다.
1회 차 플레이는 기본으로 제시되는 보통 난이도로 하는 편인데 인피니트는 보통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중간에 어려움으로 난이도를 올렸음에도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최종 전투에서 몇 번 실패해서 재도전했을 뿐 그전엔 죽을 일이 없었다. 그나마 그것도 오브젝트 보호를 실패해서 그런 것이지 내가 죽은 것도 아니었다.
전투 난이도 자체는 쉬운데 총기류는 단 두 가지만 동시 소지가 가능해서 더 루즈하고 단조로운 전투가 된다. 여기에 바이오쇼크 시리즈 공통의 밋밋한 타격감이 더해져 전투 자체의 재미는 별로인 편이다.





이런저런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음에도 내가 자의로 엔딩까지 플레이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만한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잘 만들어진 게임인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바이오쇼크1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그 결과 전작을 뛰어넘지는 못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