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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갓 오브 워


* 스포일러 주의




레드 데드 리뎀션2(이하 레데리2)를 제치고 2018 최다 GOTY 수상이 유력한 갓 오브 워의 엔딩을 얼마전에 봤다.

콘솔을 산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갓 오브 워 시리즈는 처음 플레이한거였고 기존작들의 스토리가 요약된 글을 읽고 시작했다.

갓 오브 워를 플레이하기 전에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라오어)를 마쳤었는데 두 게임이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우선 라오어에서처럼 성인 주인공과 아이가 등장한다는 것과 스토리 자체는 별 것 없지만 두 캐릭터의 감정선과 점차 발전되어 가는 유대감에 집중한 작품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물론 전투쪽은 완전히 달라서 갓 오브 워는 확실한 액션이지만 주무기인 리바이어던 도끼를 사용한 전투가 박력은 있지만 템포가 느려서 시원시원한 맛이 없고 좀 답답하다.

이건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무기로 혼돈의 블레이드가 추가되며 비로소 확 바뀌는데 블레이드는 도끼보다 훨씬 빠르고 호쾌한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 무기는 얼음과 불로 속성이 달라 계속 상황에 맞게 번갈아가며 써야 한다.

스킬은 트리구조로 주인공 크레토스와 아들 아트레우스까지 합치면 꽤 다양한데 적당히 대충 찍으며 진행해도 클리어에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보통 난이도 기준)

그외 다양하진 않지만 장비 제작이나 강화 시스템 같은것이 존재하며 소소한 재미요소 역할을 한다.


그래픽은 퀄리티 자체는 뛰어나지만 월드의 디자인이나 스케일은 기대이하로 처음에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아홉 세계가 전부 등장하는 것처럼 나와 꽤 방대할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1/3에 해당하는 세계는 아예 가지도 못하고 갈 수 있는 세계들도 맵이 굉장히 협소하다.

여러 서브 퀘스트들과 탐험요소로 메인 스토리와 무관한 곳으로 갈 수는 있지만 애초에 오픈월드도 아니고 맵이 좁아서 딱히 탐험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전투 구간을 제외한 게임 진행은 길찾기와 퍼즐로 이뤄져있는데 개인적으로 길찾기 퍼즐을 싫어해서 이런 부분에서는 거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퍼즐 난이도가 별로 높지 않아서 엔딩까지 공략같은걸 찾아볼 일은 없었다는거다.

공략 찾아가며 진행해야 할 정도로 퍼즐 난이도가 어려웠다면 아마 중간에 때려쳤을지도 모른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게임의 스토리 자체는 정말 별 거 없다.

그냥 죽은 아내가 남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유해를 뿌려달라'는 유언에 따라 아들과 함께 가장 높은 산을 찾아가는 여정이 게임 스토리의 전부다.

결국 그 여정에서 주인공과 아들 사이에 깊어지는 유대감과 몇몇 비밀들이 밝혀지는건데.. 평소에 북유럽 신화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면 사실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아들과의 부분도 꽤 괜찮기는 했지만 내가 자식이 없어서 그런지 크게 공감되거나 몰입되지는 않았다.

레데리2와 비교한다면 아서의 이야기에 훨씬 더 몰입해서 플레이했고 여운이 많이 남았었다.


하지만 연출에 있어서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이미 잘 알려진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 전체를 컷 없이 롱테이크로 만들어놨는데 그 치밀함과 집요함에 감탄하게된다.

이게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뛰어난게 아니라 실제 게임플레이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정말 게임 전체가 말 그대로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갓 오브 워를 마친 후 최근 호라이즌 제로 던을 플레이 중인데 물론 이 게임도 잘 만든 게임이지만 대화나 컷씬이 전환될때마다 맥이 끊기는 느낌을 받으며 갓 오브 워의 그 연출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거대 보스와의 전투 연출도 엄청난데 문제는 그 엄청난 보스전이 별로 없다.

북유럽 신화라길래 여러 북유럽 신들과의 전투를 기대했으나 기껏해야 나오는건 발두르정도가 고작이다. 오딘? 코빼기도 안나온다.

그외 보스전은 거의 트롤 재활용을 통한 돌려막기.

이건 제작기간이나 제작비의 한계로 중간에 축소되거나 타협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맵 사이즈도 그렇고 제작사 규모로 봐도 초대형 게임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모든 리소스를 연출에 올인한 느낌)

다행히 이번 갓 오브 워가 대박이나서 다음편은 소니가 좀 더 빵빵한 지원을 해줄테니 제작 규모를 늘려서 월드 스케일도 키우고 다양한 신들과의 보스전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다.


종합해보면 갓 오브 워는 길찾기 퍼즐부터 작은 월드, 전체 스토리 라인등 여러가지 면에서 내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게임이었다.

그럼에도 엔딩까지 플레이한건 후반으로 갈수록 탄력받는 전투의 재미와 뛰어난 연출 그리고 두 부자와 감초역할을 하는 미미르의 주고받는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레데리2를 누르고 2018 최다 GOTY가 유력하기 때문에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직접 플레이해봐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 결과 내 2018 GOTY는 고민 없이 레데리2지만 갓 오브 워 역시 충분히 잘 만든 게임이고 후속작이 나온다면 기꺼이 구입해 플레이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