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스테이크 먹으러 갔다 온 시그니처랩.
위치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이었는데 코엑스 갈 때마다 현대백화점도 가는데 그동안 왜 못 봤을까 싶었다.
그런데 찾아가 보니 간이 매장 형식으로 작게 차려놔서 신경 안 쓰고 지나가면 눈에 잘 안 뜨일 수도 있겠더라.
정호균이라는 사람이 총괄 셰프라는데 크게 사진도 붙여놓고 꽤 유명한 모양인데 난 모르는 사람이다.
1KG 스테이크랑 샐러드를 하나 먹을까 하다 혹시 모자를까봐 알리오올리오로 주문함.
먼저 스테이크가 달궈진 팬에 담긴 상태로 나오는데 그 사이즈와 지글거리는 비주얼이 끝내준다.
굽기 정도는 핏물 나오면 기겁하는 쨈 때문에 미디엄 웰던으로 했는데 나도 덜 익힌 것보단 다 익힌 고기의 질감과 씹는 맛을 좋아해서 딱 적당했다.
부위는 부챗살이었는데 등심보다는 저렴한 부위지만 기름이 적고 살코기 풍미가 진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위다.
나도 이렇게 두껍게 구운 부챗살은 처음 먹어봤는데 입안 가득 전해오는 묵직한 밀도의 살코기가 마음에 들었고 부챗살이 너무 두꺼우면 질길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안 질겼다.(물론 난 기름 없고 퍽퍽한 살코기에 최적화된 인간이라 일반적인 기준과는 다를 수 있음)
시즈닝도 좋았고 같이 나오는 구운 양파도 맛있었다.
그리고 소스도 아주 좋았는데 일반적인 스테이크 소스처럼 달거나 진하지 않고 담백한 고기 맛을 돋워준다.
와사비도 나오는데 요즘 돼지고기에 올려먹는 건 흔해도 스테이크에 와사비는 뜻밖의 조합이었는데 같이 먹어보니 이것도 별미다. 꽤 괜찮음.
하지만 부챗살의 고질적인 문제인 힘줄은 어쩔 수 없이 여기도 존재하는데 심하지는 않아서 중간중간 발라 먹을만하다.
소스가 달지 않고 고기도 기름기가 없다 보니 느끼하지 않아서 진짜 막 들어간다.
총 8조각으로 나오고 내가 5조각, 쨈이 3조각 먹었는데 혼자서도 8조각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음..
고기 먹느라 찬밥 신세된 알리오올리오도 생각보다 양도 많고 맛도 좋았다.
특히 마늘이 통으로 잔뜩 들어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음.
알리오올리오라는 이름 붙이려면 마늘을 이 정도는 넣어야 한다.
아쉬운 게 있다면 매장 분위기인데 백화점 식품관 내에 작게 입점한 구조상 좁고 정신없을 수밖에 없어서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얘기 나누며 스테이크 써는 분위기는 기대하기 힘들다.
찾아보니 원래는 1KG 스테이크가 등심으로 나오다 부챗살로 바뀐 거라고 하는데 아마 단가가 안 맞아서 그런 듯하다.
등심 스테이크는 기름이랑 떡심 때문에 그렇게 선호하지 않지만 등심으로 된 1KG 스테이크도 한번 먹어보고 싶긴 하다.
정말 말 그대로 고기로 배채운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