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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XI : 지나간 시간을 찾아서

 

JRPG의 조상 드래곤 퀘스트의 최신작 드래곤 퀘스트 XI(이하 드퀘11)을 플레이타임 90시간 만에 마쳤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이하 파판)는 온라인인 14를 포함해 3~4편 정도 해봤지만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명성에 비해 제대로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JRPG를 플레이하는 것이 정말 오랜만인 데다 그게 드퀘11이었기 때문에 더 기대가 컸다.

작품마다 다양한 세계관과 디자인을 보여준 파판과 달리 드래곤 퀘스트는 30년 동안 호리이 유지의 스토리, 토리야마 아키라의 디자인, 스기야마 코이치의 음악을 정체성으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드퀘11 역시 운명적으로 태어난 용사(주인공)가 모험을 떠나 동료들을 만나서 함께 마왕을 물리친다는 매우 고전적이고 신화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것만 보면 엄청 식상하고 유치할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스토리의 큰 틀은 뻔하더라도 그걸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디테일하고 흥미로워서 몰입도가 상당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터지는 개그와 센스 있는 대사, 은근한 성인 코드 등이 어우러져 드래곤 퀘스트 특유의 매력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이룬다.

그래픽은 요즘 AAA급 게임들이나 서양의 오픈월드 RPG 대작들과 비교하면 기술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떨어지지만 드래곤볼로 유명한 토리야마 아키라의 친숙한 캐릭터들과 아트가 드퀘의 유니크한 세계를 꽤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지적처럼 음악은 좀 별로였는데, 몇몇 곡은 괜찮기도 하지만 많은 곡들이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이라 듣기 싫을 정도로 지루하다.

동료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악역들까지도 개성 넘치고 저마다의 배경설정이 있는 반면, 주인공은 대사 한마디 없고 존재감 제로인 것도 게임 하는 유저가 주인공으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 의도된 드퀘의 특징이다.(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게임은 크게 1-3부로 나뉘는데 2부까지는 스토리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구조고, 마지막 3부는 스토리 진행은 거의 없이 장비 파밍, 소위 말하는 노가다 콘텐츠 위주로 짜여 있다.

이것도 드퀘의 전통이라면 전통이지만 개인적으로 돈 노가다, 레벨 노가다 같은 단순 반복 사냥은 좋아하지 않는데 마지막 보스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 레벨 노가다를 해야만 하도록 밸런스를 짜 놨다.

때문에 성향에 따라 2부까지만 취향에 맞고 3부는 별로라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도 3부에서 약간 위험했는데 다행히 퀘스트나 도전형 던전 등으로 캐릭터들의 전용 무기와 방어구 세트를 구할 수 있도록 파고들만한 콘텐츠들이 꽤 준비돼 있어서 하나씩 맞추다 보니 자연히 레벨이 올라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다는 카지노 돈 노가다는 아예 안했고, 메탈 슬라임을 이용한 레벨 노가다는 최소한으로 해서 마지막 보스는 62~65 레벨로 클리어했다.

진정한 엔딩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3부가 필요하긴 하지만 스토리 진행과 사냥의 밸런스가 적당한 1-2부가 확실히 더 재미 있었다.

물론 3부의 장비 세팅하는 재미도 나쁘진 않지만, 확실히 1-2부보다는 피로도가 높고 쳐진다.

후반부에 좀 지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했고, 극우 작곡가 할배 빼고 나머지 두 분 체력 더 떨어지기 전에 드래곤 퀘스트 XII를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