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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건담 G 제네레이션 제네시스

 

지금까지 슈퍼로봇대전(이하 슈로대)은 4~5편 해봤지만 SD건담 G제네레이션(이하 지제네)은 처음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줄은 몰랐다.

온갖 로봇들이 등장하는 슈로대와 달리 오로지 건담만으로 이뤄져 있고 제네시스는 그중에서도 우주세기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주세기 건덕후인 나에게는 종합 선물세트와도 같았다.

비록 그래픽이나 UI는 10년 전 게임만도 못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상관인가? 내가 좋아하는 기체들과 캐릭터들로 나만의 건담팀을 꾸릴 수 있다는데...

특히 슈로대에는 없는 개발 시스템이 정말 중독성 있는데, 실제 건담에 등장하는 MS들의 개발 계보와 비슷하기도 하고 숨겨져 있는 기체를 하나씩 수집해나가는 재미도 상당하다.

콘텐츠가 방대해서 딱히 레벨업이나 돈 노가다를 안 했음에도 총 플레이타임은 150시간.

아마 도전과제나 기체, 캐릭터들 다 수집하려고 작정하면 300시간은 족히 즐길 수 있을듯하다.

발매 전 우주세기를 집대성 한 작품이라고 거창하게 떠들어대고는 F91이나 V건담 등 후기 우주세기 작품은 빼버려서 반쪽짜리라고 욕을 먹기도 했다는데, 개인적으로 후기 우주세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입장이 아니라 불만은 없다.(후기 우주세기 빼고도 이미 콘텐츠가 충분하기도 하고)

하지만 콘텐츠의 분배 측면에선 확실히 아쉬움이 있는데 어지간한 건덕들도 기체만 겨우 아는 수십 년 전 게임들까지 죄다 수록하는 등 일년전쟁 외전에 상당히 치우친 구성을 하고 있다.

나 같은 애니메이션 기반의 우주세기 팬들은 퍼스트-Z-ZZ-역습의 샤야에 애정이 많거나 0080, 0083, 08소대 등 OVA 작품들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마이너한 게임 기반의 일 년 전쟁 외전 스토리가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묻힌다.

특히 역습의 샤아를 단 두 장으로 끝내버렸는데, 아무리 극장판이라 스토리가 짧다지만 역습의 샤아가 우주세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상징적 의미를 생각했을 때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반면 당시 집중적으로 푸시하던 건담 UC의 경우 총 6장의 분량과 음성을 포함한 화려한 컷신 등으로 대놓고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

일년전쟁 외전 스토리를 조금 덜어내고 F91과 V건담의 스토리를 담아냈더라면, 또는 최소한 기체라도 참전시켰더라면 좀 더 균형잡힌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성은 설계나 개발, 육성 시스템 등 대부분 다 괜찮지만 밸런스는 답이 없을 정도로 엉망인데, 어느정도 개발 트리를 타다보면 등장하는 적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체를 보유하게 된다.

사실 이건 시대와 상관없이 스토리를 마음대로 고를수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이기도한데, 유니콘 건담을 들고 퍼스트 건담 시나리오를 하게 되면 당연히 밸런스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

하드, 익스트림(엔딩 후엔 헬 추가) 등 난이도 조절이 있긴하지만 단순히 체력 등의 스펙만 올라가는 형태라 클리어 시간만 길어질뿐 전략적인 측면의 난이도 차이는 거의 없고 루즈해지기만 한다.

난 퍼스트 건담부터 시대순에 맞게 진행했는데도 너무 쉬워서 웬만하면 노말 난이도로 게임을 하는 편임에도 초중반부터는 하드로 진행했다.

이런 특성으로인해 무조건 강한 기체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기체들로 팀을 세팅하고 육성해 나가는 일종의 컨셉 플레이가 필요한 게임이며, 그렇기 때문에 건담에 애정이 있어야 진정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미 지제네의 최신작인 크로스 레이즈가 발매됐지만 제네시스와 반대로 비우주세기 작품들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에 건너뛰고 다음작을 기대해본다.

 

ps. 시스템적으로 스크린샷을 찍지 못하도록 막아놨는데, 게임하면서 스크린샷 찍는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열 받고 이해 안가는 부분이다. 슈로대도 마찬가지지만 이점 때문에라도 다음작부터는 PC판으로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