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의 사전 예약 실패 끝에 2020년 마지막 사전 구매에 성공해서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 받아볼 수 있었다.
일단 외형부터 보자면 디자인은 개인 취향의 영역이지만 내 기준에는 정말 못생기고 마음에 안 드는데, 20년 전쯤 상상하던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어울릴법한 곡선형 디자인에 한물간 가전제품 같은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 디스크 버전 한정이지만 비대칭으로 불룩 튀어나온 디스크 트레이 등 정말 총체적 난국이다.(옷깃을 세운 듯한 양 측면 커버는 애교로 봐준다)
제품의 마감도 싼 티 나는 번들 스탠드나 엉성해 보이는 전면 USB 포트 처리 등 60만 원이 넘는 가격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다.
출시 전부터 그렇게 자랑하던 초고속 SSD는 원가 때문에 825GB(실용량은 667GB)라는 괴상한 용량으로 나온 것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다.
그리고 크기는 또 왜 이리 큰지.. 정말 크고 무겁고 못생겼다.
하지만 큰 만큼 쿨링에는 신경을 썼는지 발열이나 소음은 PS4 Pro보다 확실히 개선됐다.
추후 PS5를 극한으로 몰아붙일 차세대 고사양 게임이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일단 기존 PS4 게임들은 아주 조용하게 구동된다.
성능도 OS에서부터 모든 게 빠릿빠릿한 것이 차세대기는 차세대기구나 하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
PS5 본체 못지않게 화제인 것이 컨트롤러인 듀얼센스인데 일단 이 녀석도 디자인은 좀 별로지만 그립감은 꽤 괜찮고, 기능이 추가되고 배터리 용량이 커진 탓인지 듀얼쇼크4보단 확실히 묵직하다.
개인적으로 터치패드는 단가만 높이고 배터리 잡아먹는 쓸모없는 기능이라 빠졌으면 했지만 터치패드 사용하는 PS4 게임들의 하위 호환을 위해 가지고 가기로 한 모양이다.
3.5mm 단자도 여전히 지원하며, 마이크가 추가돼서 헤드셋 없이도 음성 채팅이 가능한데 나는 딱히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듀얼센스의 핵심 기능인 햅틱 피드백과 적응형 트리거는 직접 경험해보니 상당히 좋았는데, 햅틱 피드백은 단순한 진동을 넘어서 촉각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하는 수준이 된 것 같고 적응형 트리거 역시 상황에 따른 압력이 적용되는 새로운 경험이 꽤나 신선했다.
적응형 트리거는 무기를 사용하는 액션이나 슈팅 게임류에 비교적 쉽게 적용이 가능할 것 같아서 기대가 되는 반면, 햅틱 피드백의 경우 좋긴 하지만 터치패드처럼 개발사들이 적용하기 애매해서 잘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좀 든다.
기술이 좋아도 안 쓰면 무용지물이니까.
소음 발생 문제들과 디스크 씹는 증상 등 다양한 초기 불량이 많은 가운데 양품이 도착해서 다행이고, 비록 크고 못생겼지만 성능은 확실하니 잔고장 없이 앞으로 게임 잘 돌려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