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한참 지난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하 오리진)을 구입해 놓은지 2년 만에 시작해서 최근에서야 엔딩을 봤다.
엔딩까지 플레이타임은 33시간(35레벨)이 걸렸는데, 엔딩 후에도 수많은 사이드 퀘스트들과 미쳐 가보지 못한 지역들이 많이 남아서 13시간을 더 플레이했고 42레벨이 되어서야 감추어진 존재 DLC 지역으로 넘어갔다.
오리진은 이후 출시된 오디세이, 발할라와 함께 일명 '신화 3부작'으로 불리게 되는 첫 작품으로 RPG 요소의 도입과 논 타기팅 전투로의 변경 등 기존 시리즈와 달라진 점이 많았고 그로 인한 호불호 역시 크게 갈린다.
초반만 조금 플레이해 봐도 오리진의 전체적인 게임 구조가 위쳐 3에 영향을 받았음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위쳐 3와 같은 오픈 월드 액션 RPG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리진의 변화가 기존 시리즈들과 이질감이 들면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위쳐 3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지는데, 오리진이 가장 많은 욕을 먹었던 권장 레벨 미만일 경우 메인 퀘스트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사이드 퀘스트를 강제로 수행해야 하는 점이 나 역시 가장 큰 불만이었다.
사실 오리진의 사이드 퀘스트들은 나름대로 배경 이야기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수준은 아니지만 위쳐 3의 그것에 비할바는 못된다.
적과의 레벨 차이가 크면 암살검으로 찔러도 한방에 죽지 않는 것도 처음엔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 덕분에 암살보다는 다수의 적과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는 암살자보다는 전사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전투의 재미 자체는 묵직한 맛이 있어서 카운터 일변도의 기존 시리즈들보다 좋았다.
또 보기만 해도 질릴 정도로 지도에 빽빽하게 표시되던 온갖 수집 요소들이 대거 삭제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스토리는 호흡은 길고 임팩트는 약해서 전체적으로 루즈한데 아들의 복수라는 주인공의 심플하고 일관된 목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의 아내인 아야의 뜬금없는 끼어듦(?)으로 후반부 스토리부터 엔딩까지의 진행이 영 별로고 공감도 몰입도 되지 않았다.
주인공 바예크를 포함한 주요 캐릭터들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그럼에도 시대적 배경을 완벽히 구현하는 어쌔신 크리드만의 장점은 여전해서 엔딩을 본 후에도 고대 이집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계속해서 월드를 탐험하게 만든다.
DLC는 사족 같아서 보통 잘 플레이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리진의 DLC는 평가가 좋아서 구입해 놓았는데, 하고 싶은 게임들이 많아 언제 플레이하게 될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