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도 성수역점
오랜만에 성수역에서 저녁 약속이 생겨 나갔는데 일행 추천으로 팔각도를 가게 됐다.
몇 년 전에 연안식당이 있던 자리에 팔각도가 들어와 있었는데 장사가 잘 되는지 이미 만석이었고 2시간 이용 제한도 있었다.
먼저 숯불 닭갈비를 2인 이상 주문하고 나면 닭 목살, 연골, 안창살 등의 특수 부위를 추가 주문 할 수 있는 시스템이고 직원이 닭갈비 올린 후 가위로 한 번 잘라주는데 까지만 해 준다.
바빠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원이 끝까지 구워주면 오히려 불편해서 난 이 정도가 좋았다.
평소 닭고기는 가슴살만 먹는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닭갈비가 염지랑 초벌이 잘 됐는지 촉촉하고 간도 잘 맞고 숯향도 잘 배어서 생각 이상으로 맛있었다.
특수 부위 역시 잘 안 먹지만 닭 목살 두어 점 맛만 봤는데 고추장 양념이 맛있고 잡내 없이 쫄깃해서 먹을만했다.
기본적으로 맛이 괜찮고 이름처럼 독특한 모양의 팔각형 불판이나 요즘 고깃집들처럼 다양한 소스 및 곁들임 메뉴에 신경을 쓰는 등 기존 닭갈빗집들에 비해 트렌디해서 장사가 잘 될만해 보였다.
숯불 닭갈비가 고추장맛 없이 간장맛 단일인 건 좀 아쉬웠다.
다모토리혼 성수본점
팔각도에서 닭갈비랑 맥주로 배를 채우고 2차로 딱히 봐둔 곳들도 없다고 해서 바로 위층에 있는 다모토리혼으로 갔다.
내가 여기 처음 갔던 때가 2020년이었는데 성수동에서 술집이 4년 이상 안 망하고 장사 중인 것도 사실 대단한 거다.
그동안 몇 번 가면서 높은 가격 대비 안주맛이 그저 그래서 만족한 적이 없었는데 매장이 넓고 쾌적해서 자리 걱정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만큼은 장점인 곳이다.
이번엔 안주 세 가지에 화요를 마셨는데 따로 화요토닉 세트가 없고 토닉 워터 3천 원, 레몬 2천 원, 심지어 추가 얼음컵도 천 원 주고 따로 시켜야 해서 레몬 없이 토닉 워터만 타 마셨다.(화요 주문 시 기본으로 얼음컵 한 잔씩은 제공됨)
모둠 어묵탕이 먼저 나왔는데 다섯 명이 한 접시씩 뜨니 없어질 정도로 가격 대비 양이 적고 맛도 평범했지만 기름진 고기를 먹고 와서 그런지 다들 맛있게 잘 먹었다.
오징어 김치전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메뉴지만 생각보다 부침개 맛있게 하는 술집이 별로 없고 집에서 워낙 자주 해 먹기 때문에 오징어 김치전에 대한 내 기준은 꽤 높은 편이다.
일단 김치가 너무 신맛이 강해서 오징어 등 다른 맛이 묻히고 반죽이 바삭하지 않고 밀가루맛이 나서 난 한 입 먹고 말았다.(역시 다른 사람들은 잘 먹음)
마지막으로 투뿔 한우 타다끼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주문했는데 의외로 이게 맛있었다.
겉만 익힌 소고기에 아보카도랑 양파, 발사믹 베이스 소스를 사용했는데 아보카도를 별로 안 좋아함에도 매우 부드럽고 재료들의 조화가 좋았고, 지금까지 다모토리혼에서 먹어 본 10여 가지 안주 중 가장 좋았다.
한참 분위기 좋고 재미있었는데 11시 반에 문 닫는다고 해서 아쉽지만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