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태국 음식을 좋아해서 태국 여행을 계획했는데 수도인 방콕은 인구 천만이 넘는 대도시에 관광/유흥 도시의 이미지가 커서 별로 당기질 않았다.
그래서 태국 제2의 도시인 치앙마이를 선택했는데 제2의 도시라고는 해도 인구 30만 명의 중소도시고 유흥과는 거리가 먼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 란나 왕국 수도, 힐링의 도시,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라 취향에 맞을 것 같았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의 주목적과 콘셉트는 뚜렷했는데,
1. 맛집, 2. 카페, 3. 라이브 바
였다.
즉, '맛있는 태국 음식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라이브 바에서 한잔 하면서 음악 듣기'가 목적이었다.
반면 하지 않기로 한 건 노 템플, 노 마사지였는데 치앙마이 여행의 필수 코스라는 도이스텝 등 유명 사원이나 관광 명소는 한 곳도 가지 않았고 그 흔한 타이 마사지도 받지 않았다.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한정된 일정 내에서 주목적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또 한 가지 정했던 건 한 곳에서만 머물면 재미없으니 매일 숙소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숙소에서 묵는 거였다.
그 결과 치앙마이에서 5박을 하며 5개의 숙소를 경험했다.
그렇게 5박 7일간의 태국 치앙마이 여행 시작.
우선 택시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한다.
서울역 공항터미널에서 탑승수속 및 짐 부치고 직통열차 타고 인천공항으로 갈 계획.
공항터미널 카운터에 도착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우리가 이용할 아시아나의 치앙마이행 노선이 부정기편이라 공항터미널 체크인이 안 된다는 거였다.
이 항공편이 부정기편인지도 몰랐고 부정기편은 공항터미널 체크인이 안 된다는 것도 몰랐다.
뭐 어쩌겠는가. 몰랐던 내 잘못이지.
쨈이 살짝 짜증 냈지만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체크인하려면 최소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와야 되기 때문에 시간 여유는 충분했다.
할 수 없이 직통열차 포기하고 일반열차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
사실 인천공항 1터미널까지 직통열차와의 시간 차이는 15분 정도밖에 안 난다.
그리고 직통열차는 열차 간격이 40분인 반면 일반열차는 5-15분이므로 시간대만 잘 맞추면 시간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합리화하며 이동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체크인 및 캐리어 보내고 국민은행 환전소에서 예약해 둔 밧을 수령했다.
태국은 GLN(일명 스캔) 결제가 활성화돼 있어서 비상금 용도로 1,000밧만 환전했다.(당시 환율로 약 3만 8천 원)
참고로 지폐 속 인물은 현 태국 국왕인 라마 10세.
모든 지폐 앞면이 같은 디자인에 색상과 크기만 다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스마트패스를 이용했지만 어차피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모두 빠르게 들어간다.
면세구역에 들어오니 한국전통문화센터에서 전통문화행사를 진행 중이었다.
특별한 공연 같은 건 아니고 그냥 행차였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볼거리가 될 수 있겠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사서 탑승 게이트로 이동한다.
저가 항공만 이용하다 아시아나 타니 탑승 게이트가 11번이라 가까워서 좋더라.
인천에서 치앙마이까지 비행시간은 약 6시간.
비행기는 A321neo였는데 좌석마다 모니터는 없고 개인 스마트기기로 기내 와이파이에 연결해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볼 수 있다.
몇 안 되는 영화 리스트에 웡카가 있길래 그거나 볼까 했더니 상태가 별로 안 좋은지 제대로 안 나온다.
기내식은 치킨 데리야끼랑 소고기 덮밥이었고 치킨이 다리살일 것 같아서 소고기 덮밥으로 먹으려고 했는데 우리 차례 바로 앞에서 소고기 덮밥이 다 떨어졌단다.
짜증 났지만 할 수 없이 치킨 데리야끼로 받았는데 역시나 다리살이었다.
6시간을 날아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느리고 현지시각은 오후 8시였다.
입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공항이 작아서 더 북적거리는 느낌.
공항을 나와 조금 걸으면 그랩 픽업 포인트가 있다.
여기서 그랩 택시를 잡아 숙소로 이동했는데 사실 아무 데서나 불러도 되지만 혹시 위치를 잘 못 찾을 수도 있으니 특정할 수 있는 포인트에서 이용하는 것 같다.
10분 정도 걸려 숙소인 로컬스 프리오 치앙마이 센트럴 에어포트 플라자에 도착. 뭔 이름을 이렇게 길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첫날은 밤에 도착해서 잠만 자면 되기에 공항에서 가깝고 저렴한 곳으로 찾은 건데 가격은 1박에 약 4만 5천 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
호텔 로비에 직원이 아무도 없었다.
무인 호텔도 아니고 숙소 안내문에도 체크인 시간이 14:00부터 23:30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때가 오후 8시 반 밖에 안 됐는데 사람이 없었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인가..
다시 로비를 살펴보니 체크인하려면 전화하라고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현지에서 전화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데이터 eSIM만 사 와서 현지 번호로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메신저 계정이라도 있었으면 어플 깔아서 연락을 했을 텐데 전화번호뿐.
할 수 없이 로비에 있던 손님으로 보이는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우리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상대방도 영어를 못해서 버벅거리면서 번역기까지 동원해서 겨우겨우 대신 전화 걸어줘서 숙소 직원 호출하는데 성공.
방은 디럭스 더블 스위트룸이었는데 생각보다 넓고 전기밥솥까지 있는 등 온갖 집기들이 다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물이 더럽고 쿰쿰한 냄새도 좀 나고 청소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침구는 깨끗했고 하룻밤 잠만 자기엔 가성비 좋은 숙소다.
시티뷰지만 시야가 막히지 않아서 뷰가 나쁘지 않다.
대충 짐 풀고 옷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갔다.
숙소 근처 세븐일레븐에 잠시 들렀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못 보던 게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건배, 선물, 태양 등 한글로 된 소주(로 보이는 술)들이 있는데 전부 태국에서 만든 짝퉁 소주란다.
컵라면은 대부분이 마마 제품이다.
웃긴 게 태국에 편의점은 전부 세븐일레븐밖에 없는데 시장이나 노점상에서도 되는 GLN 결제가 세븐일레븐에선 안된다.
더 웃긴 건 카드 결제도 200밧(약 8천 원)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즉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구입하려면 현금이 필요하다.
숙소 대로 건너편에 있는 대형 쇼핑몰로 치앙마이 공항과 가까워 여행객들이 귀국 전 마지막으로 선물 구입이나 쇼핑을 위해 주로 찾는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산 차오수아 먹으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
쌀과자에 매콤한 돼지고기 가루를 뿌린 건데 육류의 국내 반입이 안되기 때문에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먹어보니 고소하고 맛있긴 한데 쌀과자에서 크게 벗어나는 맛은 아니다.
횡단보도에서 계속 기다려도 녹색불이 안 켜져서 보니까 신호등 기둥에 벨이 있었다.
이걸 누르고 잠시 기다리니 녹색불이 켜졌다.
가는 길에 구글맵에도 안 나오는 로컬 식당들이 보인다.
목적지인 깟마니 마켓에 도착.
생각보다 넓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한적한 편이었다.
안쪽으로 쭉 들어오니 사람들이 노상 테이블에 돗자리 깔고 먹고 있었다.
체감상 현지인이 90% 이상인 것 같았는데 최근에는 소문이 좀 나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꽤 찾는다고.
한 바퀴 돌면서 뭐 파는지 둘러봤다.
위생상태도 그렇고 사실 딱히 당기는 건 없었는데 야시장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안 먹고 가긴 뭐 하니 무난해 보이는 꼬치구이를 3개 샀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야시장 중에선 그래도 여기가 깨끗한 편에 속한다.
망고랑 스티키 라이스 판매하는 집을 발견해서 망고를 하나 구입했다.
생각보다 이 야시장엔 망고 파는 노점이 거의 없었다.
이제 테이블에 자리 잡고 먹기로 함.
꼬치구이는 닭이랑 돼지고기로 샀는데 별로 맛은 없지만 꼬치 3개에 1,600원이란 가격이 모든 걸 용서해 준다.
망고를 한 조각 먹는 순간 비로소 '아.. 여기가 태국이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망고가 1,200원인 게 말이 되나?
태국 갔다 온 사람들이 망고 타령하는 거 지겨웠는데 도착한 지 두 시간도 안 돼서 이해가 돼버렸다.
깟마니 마켓에서 요기를 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가는 길에 보게 된 일식 라멘집과 레스토랑.
태국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현지에서 직접 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목적지인 모먼츠 노티스 재즈 클럽에 도착.
다음날 올드타운으로 들어갈 계획이라 공항에서 가까운 모먼츠 노티스에 가는 것이 첫날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별도의 공연비는 없지만 인당 200밧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태국 기준으로 가격이 좀 센 편인데 공연비가 음식값에 포함됐다고 생각하면 될 듯.
공연은 하루에 3팀씩 하고 인스타그램에 스케줄이 올라온다.
이미 한 팀은 공연이 끝났고 두 번째로 조슈아 레보스키 트리오가 공연 중이었다.
왼쪽의 빡빡이 아저씨가 리더로 건반과 보컬을 함께 하는데 별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베이스랑 드럼은 태국인 같았는데 드러머가 박자 잘 쪼개면서 그루브 하게 잘 친다.
공연 중에 갑자기 손님 테이블에서 남자 한 명을 무대로 불러내더니 즉석에서 노래를 시킨다.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르는데.. 귀여운 율동과 함께 알러뷰 베이베를 열창할 때 나갈뻔했다.
그래도 용기와 열정에 박수는 쳐주었다.
다음으로 등장한 3D 밴드.
팀 이름이 뭐 저런가 싶어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친구들이 진짜였다.
전체적으로 펑키한 스타일로 사실 재즈 클럽에 그렇게 어울리는 밴드는 아니지만 일렉기타 연주도 수준급이고 특히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치는 토시라는 친구가 관객 호응 유도도 잘하고 흥과 매력이 넘친다.
쨈도 3D 밴드에 완전 반함.
이 팀 안 보고 알러뷰 베이베 듣다 못 참고 나갔으면 정말 후회할뻔했다.
이미 치앙마이에선 유명한 로컬 밴드라는데 더 잘되길 바람.
3D 밴드의 공연을 다 보고 숙소로 돌아간다.
술도 좀 부족하고 해서 세븐일레븐에 들렀는데 술 냉장고에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태국 편의점에선 밤 12시 이후엔 술을 팔지 않는다는 걸 깜빡한 것.
할 수 없이 한국에서 못 보던 코카콜라 라즈베리랑 제로 라임을 사봤는데 둘 다 맛없다.
불닭볶음면이랑 신라면은 세계 어딜 가도 있나 보다.
야시장에서 먹은 것도 시원치 않고 출출해서 컵라면 하나씩 구입.
밤 12시 넘으니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다.
전자레인지나 냉장고, 밥솥까지 거의 모든 가전제품이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샤프라 좀 신기했다.
마마 똠얌 컵라면은 한국에서도 몇 번 먹어봤지만 국물은 맛있는데 면이 참 맛없다.
컵라면 먹으면서 TV를 틀어보니 소간지랑 공효진이 나오고 있었는데 뭔 드라마인지는 모른다.
그렇게 컵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새벽 1시(한국 시간은 3시)가 좀 넘어서 치앙마이에서의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치앙마이 여행 Day 2-1
치앙마이 여행 Day 1Prologue태국 음식을 좋아해서 태국 여행을 계획했는데 수도인 방콕은 인구 천만이 넘는 대도시에 관광/유흥 도시의 이미지가 커서 별로 당기질 않았다.그래서 태국 제2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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