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입구역에서 가장 가깝지만 시청, 광화문, 종각에서도 접근성이 좋아 근처 직장인들에게 인기 많다는 초류향에 가봤다.
198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화교 할머니부터 3대째 운영 중이라고 하는데 보통 수 십 년 된 중식당들이 오래된 노포 감성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것과 달리 여긴 모던하고 깔끔하다.
보통 중국집에서 보기 힘든 대만 요리인 파리머리볶음(창잉터우)을 먹고 싶어서 간 거라 파리머리볶음, 마파두부, 마늘새우로 구성된 2인 세트 메뉴를 주문했는데 많이들 시키는 메뉴라 그런지 5분 만에 나온다.
먼저 파리머리볶음은 마늘종과 돼지고기 그리고 파리머리처럼 생겨서 이 요리의 이름이 된 발효콩을 두반장, 굴소스 등에 볶은 건데 마늘종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고 짭조름하면서 매콤한 맛도 살짝 있어서 정말 밥도둑이었다.
예전 대만 키키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부추꽃볶음보다 고기도 많고 더 맛있었다.
마파두부는 달지 않고 걸쭉한데 제법 매콤하고 마라 등 향신료맛도 있어서 자극적이면서 간간해서 역시 밥이랑 먹기 좋았다.
마지막 마늘새우는 초류향 시그니처 중 하나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튀김옷이 너무 두껍고 식감도 질겅거려서 별로였다.
튀김옷을 벗겨내면 새우가 크고 맛있는데 그럼 마늘새우라는 요리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근데 튀김옷과 별개로 위에 뿌려진 마늘맛 튀김가루는 고소하고 짭짤한 게 아주 맛있었다.
파리머리볶음이랑 마파두부는 알겠는데 마늘새우가 왜 밥도둑인지 이해가 안 됐는데 마늘 프레이크를 밥에 올려 먹어보니 알 것 같았다.
솔직히 새우튀김보다 마늘 프레이크 숟가락으로 퍼먹는 게 더 맛있었다.
깔끔한 분위기에 늘 똑같은 짜장, 짬뽕, 탕수육 대신 특별한 중식요리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고 다음엔 요리에 술 한잔 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