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5 더 로열(이하 로열)로 페르소나 시리즈에 입문해서 후속작에 해당하는 페르소나 5 스크램블 더 팬텀 스트라이커즈(이하 스크램블)까지 마친 후 본작 페르소나 3 리로드(이하 리로드)를 플레이했다.(플레이 타임 약 110시간)
그렇다 보니 로열을 기준으로 비교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그래픽, 특히 캐릭터 모델링 퀄리티가 로열에 비해 월등히 좋아졌다.
특히 로열보다도 못한 스크램블 캐릭터들의 자글자글한 그래픽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
캐릭터는 모델링뿐만 아닌 일러스트와 성우 연기도 훌륭하고 입모양의 싱크까지 잘 맞춰져 있어 정적인 일러스트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캐릭터들에 비해 배경 그래픽은 텍스쳐 해상도가 떨어지고 디테일도 부족한 편이다.
리로드의 캐릭터들은 각자의 배경 스토리도 잘 짜여있고 개성도 뚜렷하지만 주인공과의 캐미가 좋은 로열의 캐릭터들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원작의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리로드에서 너무 밝아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원작을 해보지 않은 내 입장에선 로열과는 다른 자기만의 색깔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다만 호평 일색이어서 기대가 컸던 스토리는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는데, 100시간이 넘는 긴 플레이 타임에 비해 초중반의 스토리 전개가 너무 더디고 후반부에 가서는 또 공백이 많아 지루하고 늘어지게 된다.
그리고 로열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인류 멸망을 앞둔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연애시뮬레이션이 되는 듯한 전개도 어색하다.
하지만 리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순 반복적인 타르타로스 공략인데, 한 번씩 외형만 바뀔 뿐 기본적으로 똑같은 던전을 무려 250여 층이나 돌아야 한다.
전투 시스템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전투의 무대가 되는 타르타로스가 이모양이니 지루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타르타로스는 원작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완전히 갈아엎을 수는 없었겠지만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싶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후반부에 커뮤도 어느 정도 올리고 주인공 파라미터도 전부 MAX를 찍은 후엔 딱히 할 게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 타르타로스에서 캐릭터 레벨업과 장비 파밍을 할 수밖에 없는 지루한 악순환이 반복된다.
리로드를 마친 후 웬만하면 후일담이 담긴 에피소드 아이기스도 플레이하려 했지만 또다시 지루하고 반복적인 타르타로스를 돌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했다.
그럼에도 로열과는 다른 분위기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은 신선했고, 페르소나 4 골든이 스팀으로 출시됐을 때 너무 낡은 그래픽과 시스템 때문에 중도하차한 나에겐 이렇게 현대적으로 리메이크된 리로드는 좋은 선물이었다.
리로드의 성공으로 이미 예건 된 일이었지만 얼마 전 공식화된 페르소나 4의 리메이크(리바이벌)도 기대가 되고, 출시되기 전에 메타포: 리판타지오부터 플레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