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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부산행


먼저 난 감독이 어떤 성향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던, 영화가 무슨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던 그런건 신경안쓰고 되도록 좀비물로써 이 영화를 감상하려고 했다.

일단 엄연히 좀비물인만큼 좀비들부터 보자.

부산행에 등장하는 좀비들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어설프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좀비 인프라(?)가 거의 없다시피한 한국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좀비물엔 좀비가 핵심인만큼 적당히 봐줄 수는 없는 노릇.

나름대로 안무가를 고용해 좀비의 동작들을 연구하고 좀비 배우들에게 트레이닝도 시켰다고 하는것 같지만 좀비 선진국(?)들의 좀비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많이 부족해보이는 수준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게 좀비 엑스트라들의 연기력이 너무 제각각이라는거다. 몇몇 그럴듯하게 잘해주는 좀비도 있지만 그냥 대충 괴물 흉내 내는듯한 좀비들이 대다수.

워킹데드같은 작품을 보면 CG까지 동원해가며 좀비들을 완벽하고 또 통일감 있게 표현하려 노력을 기울이는데비해 부산행의 좀비들은 그냥 분장+개인의 연기가 전부다보니 엑스트라마다의 연기 수준이 들쑥날쑥하고 어설퍼보일 수밖에 없는거다.

열차안이라는 특수하고 폐쇄된 공간에 좀비들을 풀어놓고 벌이는 설정으로 긴장감이나 스릴을 조성하지 좀비 자체로 공포감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뭐 좋다. 그렇다면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좋은 연기보다 거슬리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 훨씬 더 많다.

개인적으로 부산행에서 제대로 연기한 사람은 정유미말고는 없다고 본다.

공유도 캐릭터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듯보였고 마동석은 그냥 캐릭터 그자체이지 '연기'는 찾아볼 수 없다.

아역도 감정표현이 거세지는 부분들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고 소희?? 는 무슨 생각으로 배우한다고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장난이 아니라면 훨씬 더 노력해야할것이다.. 그리고 소희뿐 아니라 그 남자친구역으로 나온 친구도 발연기인건 마찬가지.

물론 이건 배우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단순하게 설정된 깊이 없는 캐릭터들이 한동안 좀비에 쫓기다가 갑자기 뜬금없는 신파 연기를 펼쳐대니 배우도 몰입안되고 관객도 공감 안되는거다.

어떻게 좀비물과 신파를 결합할 생각을 했는지 황당하면서도 일부러 노린건가싶어 한편으론 대단하기도 하다.

나같은 사람은 이런 좀비물에서 한국형 신파 코드를 늘어놓는걸 싫어하지만 천만 관람객 돌파를 눈앞에 둔 현실을 보면 확실히 먹힌것 같다.

어설픈 좀비들과 배우들의 발연기, 단순하고 뻔한 캐릭터들과 끼워맞추기식의 작위적인 진행, 그리고 신파까지..

불평불만만 수두룩하게 늘어놓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비록 알맹이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이런 좀비를 소재로한 영화를 찍었다는 것 자체로, 그리고 또 어찌되었건 흥행까지 성공시켜서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작품이라고 본다.

이걸 하나의 시작으로 본다면 말이다.


6.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