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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메멘토부터 인터스텔라까지 대부분 봤지만 그의 영화 스타일을 찬양하는 부류는 아니다.

특히 시간을 의도적으로 뒤섞어놔서 헷갈리게 해놓고 클라이막스에 가서 '사실은 이거야! 어때 쩔지?' 하는식의 특유의 플롯구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감각적인 영상과 연출력은 뛰어나다 생각하며 덩케르크의 소식을 듣고는 도대체 크리스토퍼 놀란이 전쟁 영화를 만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가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처음에 '1.잔교에서, 일주일' 이거 나올때는 '아, 이 양반 또 시작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좀 불안했는데 다행히 시간가지고 편집놀이 하는건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

영화의 흐름은 대체로 건조한데비해 색감등 때깔은 또 묘하게 좋다.

철수 작전을 소재로 한 만큼 살아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 군상의 생존 본능에 촛점을 맞추고있지만 실제 영화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들은 매우 리얼하게 표현한 전쟁의 공포감을 비롯한 긴장감 및 몰입감이다.

특히 사운드가 엄청난데 음악도 그렇지만 총기나 슈투카의 공습 사운드등은 정말 오싹할 정도로 살벌해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더 놀라운건 영화내내 잔인한 장면은 커녕 피 한방울 없이 이런 공포와 긴장감을 뽑아낸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럴듯한 총격전 장면도 없고 심지어 영화에서의 적인 독일군은 거의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것들을 역이용해 관객들에게 이정도의 감정을 전달한다는건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스핏파이어가 등장하는 공중전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전혀 스팩타클하지 않게 찍었는데도 이렇게 압도적인 몰입감을 줄 수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순전히 영화로써의 재미 측면에서 보자면 '재미 없다'고 말 할 수도 있는 영화다.

흔히 볼 수 있는 액션을 강조한 오락성 전쟁영화가 아닌 전쟁 다큐에 가까운 형태라는걸 감안하더라도 영화 막바지에 관객들에게 어필해오는 감정들은 내가 영국인이나 프랑스인이 아닌 이상 딱히 공감되거나 와닿지 않는게 사실이다.

어떠한 메시지보다는 그저 2차 세계대전 당시 덩케르크 철수 작전 현장을 영화를 통해 아주 실감나게 체험했다는 감동이 남을뿐.


8.0/10


ps. 톰 하디는 대사만 몇 줄 없는게 아니라 얼굴도 제대로 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