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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티즌] 운명을 판가름 할 알파3.0



먼저 2012년 10월에 개발중임을 공식 발표하며 내놓았던 영상을 다시 한번 감상해보자.(한글자막 포함)



내가 스타시티즌을 처음 알게된건 2013년에 위 영상을 접하면서다.

영상을 보고나서 지금까지 본적 없는 방대한 스케일에 가슴 설레임과 동시에 한편으론 현실적으로 과연 이 게임이 구현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비록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윙 커맨더'를 즐기며 크리스 로버츠에 대한 신뢰가 있던 올드 게이머임에도 말이다.

어쩌면 10여년간 업계를 떠나있던, 소위 한물 간 퇴물 개발자로 보일 수도 있던 그가 요즘 물정 모르고 뜬구름 잡는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 후원자들에게 공개된 첫 플레이 가능한 모듈이었던 '행거 모듈'이 릴리즈되고 차례차례 함선들이 구현되는걸 보니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2014년 3월에 후원자로 합류 했다.

이때부터 계산해도 3년 반 가량을 개발을 지켜보며 출시를 기다리는 중인데 현재 많은 사람들을 기대와 걱정, 또는 열받게 하고 있는 알파 3.0의 릴리즈가 머지않아 있을 예정이다.

이 알파3.0이 스타시티즌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인데,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주요 개발 히스토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2.10 스타시티즌 공식 발표 및 크라우드 펀딩 시작

2013.08 행거 모듈 릴리즈

2014.06 아레나 커맨더 릴리즈

2015.08 소셜 모듈 릴리즈

2015.12 미니PU 릴리즈(알파2.0)

2016.08 게임스컴에서 알파3.0 첫 발표(12월 릴리즈 예정)

2016.12 스타 마린 릴리즈(알파2.6)

2017.04 알파3.0 일정 발표(6월말 릴리즈 예정)

2017.08 현재, 알파3.0 일정 계속 연기중(9월중 릴리즈 예정)


이렇듯 알파3.0의 릴리즈가 작년말부터 계속 연기중이고 자기들도 민망했는지 이젠 릴리즈 목표 날짜도 삭제해버렸다.

사실 이건 어느정도 예견되었던것으로, 3.0은 수년간 만들어오던 요소들을 집대성해서 스타시티즌이 온전한 게임의 형태를 갖추게 하는 매우 크고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목표 날짜를 지키지못하고 연기될때마다 후원자들에게 실망감을 주는건 아쉽지만 일정 연기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퍼블리셔의 일정 압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년이상 연기가 반복되고 있다는건 이해를 떠나서 우려가 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우선 내가 가장 걱정하는건 항성계 구현의 규모다.

크리스 로버츠가 개발초에 밝혔던 건 런칭시 항성계 100여개 구현이었다.

쉽게 말해 우리 태양계 같은걸 게임내에 100개 만들겠단 얘기인데 이 자체로도 엄청난 스케일이지만 더 놀라운건 이 100여개의 항성계와 그에 포함된 수백개의 행성들에 실시간으로 함선을 타고 진입 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비행 및 착륙, 탐험등 모든걸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이 수백개의 행성들은 각자 몇개씩의 위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전 및 공전까지 구현한다.

물론 이게 상상을 초월하는 작업이란걸 크리스 로버츠도 알고 있기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절차적 행성' 기술을 개발해 매우 빠르게 행성들을 만들 수 있는 개발 환경을 구축해 놓았다.

하지만 절차적 행성툴을 사용해도 기본적인 틀만 완성해줄뿐 결국 착륙 지점이나 디테일한 지형지물의 디자인은 결국 사람이 직접 손봐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텅 빈 행성을 게임내 요소로 만들기 위해 각종 퀘스트를 설치하고 탐험 요소를 배치하는등 작업량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최초 3.0의 발표때는 스탠턴 항성계 전체를 구현하겠다고 했으나 2017년 연기된 일정을 발표하며 스탠턴 항성계내 크루세이더 행성의 위성 3개만 구현하는것으로 계획이 축소되었다.

스탠턴 항성계에는 마이크로텍, 허스톤, 아크콥, 크루세이더 4개의 행성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인 크루세이더 구현도 아닌 크루세이더의 위성들까지만 구현하겠다고 한것으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행성 구현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도 아직까지 3.0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크리스 로버츠가 말한 항성계 100개를 전부 구현하려면 앞으로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한달에 항성계 하나씩 공장처럼 찍어낸다고해도 100개 만드려면 100개월, 즉 8년이 넘게 걸리게 된다.

결국 현실적으로 볼때 3.0은 커녕 정식 출시때에도 항성계는 몇개 못 들어간다고 보는것이 기정사실인 것이다.(많아봤자 10여개로 예상)

이점을 놓고 국내 스타시티즌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본적도 있으나 맹목적인 신뢰를 깔고있는 부류가 많아서 그냥 무턱대고 '크리스 로버츠가 그렇다면 그런거임' 내지는 '논리적으론 뭐라 말못하겠지만 무조건 그럴리 없음' 정도의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후원자로서 기본적으로 게임이 잘되길 바라고 응원하는건 당연한거지만 건전한 비판 역시 필요한 피드백임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바라는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크리스 로버츠가 인정할건 인정하고 현실적인 앞으로의 구현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것이다.

현재까진 '런칭시에 100개 전부 구현하긴 힘들겠지만.. 아무튼 많을거임' 정도의 애매한 코멘트뿐이다.


또 하나 걱정되는건 스타시티즌의 싱글플레이 파트인 스쿼드론42의 출시인데, 이건 작년 10월 시티즌콘에서 챕터 하나를 시연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연기된 후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올해안에 출시될런지도 불분명한 상태.

스쿼드론42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된것이 많지 않지만 크리스 로버츠가 만들었던 윙 커맨더 시리즈처럼 플레이어가 주인공인 시점에서 스토리를 따라가며 영화처럼 진행되는 형태일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게리 올드만, 마크 해밀등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직접 모션 캡쳐를 하는등 기간도 기간이지만 제작비도 상당히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 보여준것이 너무나 없기때문에 과연 스쿼드론42의 싱글플레이 연출이 콜오브듀티등으로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유저들의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물론 나도 스쿼드론42를 기대하고 있고 정말 잘 나왔으면 좋겠지만 보여주는건 없이 스타시티즌과 스쿼드론42 둘 다 연기만 되고있으니 만족할만한 퀄리티로 못나올거라면 차라리 스타시티즌에 개발비나 시간, 인력을 집중하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때문에 곧 있을 게임스컴이나 스티즌콘에서는 반드시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


크리스 로버츠가 처음 스타시티즌의 기획서를 들고 투자 받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을때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우주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느냐'며 퍼블리셔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아 직접 유저 펀딩을 하게 됐다고한다.

그리고 그 결과 현재까지 크라우드 펀딩 사상 전무후무한 금액인 1,780억원이 모였다.

이는 정말 엄청난 액수지만 크리스 로버츠와 개발진이 도전하고 있는 스타시티즌 역시 게임 역사상 유례없는 스케일과 디테일을 목표로 하고 있기때문에 모든걸 구현하기에 결코 넉넉한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크리스 로버츠의 완벽주의를 지지하고 좀 더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드는건 찬성이지만 개발비는 한정되어있으며 그에따른 시간 역시 한계가 있다.

후원자들 중에는 단순히 연기되서 빨리 게임을 못하는게 불만인 사람들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는 생각못하고 무조건 오래걸리더라도 잘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나처럼 너무 이상과 완벽만을 쫓다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용두사미가 될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장황하게 이소리 저소리 늘어놨지만 제목에 적었듯 3.0이 출시된 후 스타시티즌의 앞길은 판가름 날 것이라 본다.

처음보다 축소된 구현 범위는 그렇다치더라도 그안의 수많은 시스템들과 컨텐츠들이 얼마나 밀도 있고 짜임새 있게 채워지고 매끄럽게 맞물려 돌아갈지 여부와 디테일에만 치우쳐 놓칠 수 있는 '재미'와 '몰입'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놨어도 게임으로서 재미가 없다면 플레이할 이유가 없다.

또한 워낙에 방대하고 다양한 시스템이 혼재하기때문에 버그나 시스템상의 헛점이 엄청날것이고 버그픽스에도 시간이 오래 소요될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멀티플레이 게임에선 이런 부분이 게임 성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버그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중요할 것이다.


(또 연기될 수도 있지만)예정대로라면 9월중에 알파 3.0이 릴리즈 될것이다.

중간중간 뒤엎거나 추가된게 많지만 어쨌건 개발한지 5년째고 아직까지 베타도 아닌 알파 단계다.

그만큼 갈길이 먼 상태고 알파 3.0이 안정적으로 잘 나와줘야 본격적으로 컨텐츠 추가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알파 3.0에 대한 기대와 계속되는 연기에대한 걱정이 반반인 상태이지만 게임스컴과 시티즌콘에서 각각 3.0과 스쿼드론42를 공개하고 그 후 빠른 시일내에 만족할만한 퀄리티로 출시되는 베스트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