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동은 물론이고 강동구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오래된 빵집 하이몬드.
파리바게뜨 같은 대기업 빵집들의 물량공세에 살아남은 개인 빵집으로, 그 목 좋은 천호역에 파리바게뜨가 발을 못 붙였을 정도로 전설적인 곳이다.
그런데 그런 하이몬드가 얼마전 매장을 이전했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빵도 살 겸 찾아가 봤다.
천호역 바로 앞이던 예전 자리가 워낙에 명당이라 롯데시네마 쪽으로 갔다고 하길래 하이몬드도 이제 어쩔 수 없이 밀려났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가보니 아예 자기네 빌딩을 지어놨더라.
예전처럼 빵집과 카페 겸해서 1, 2층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를 주려는 모양. 돈 많이 벌었나 보다.
건물 외관부터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오래된 빵집의 느낌이 남아있던 이전과 달리 아주 모던하고 깔끔하게 바뀌었는데, 둘러보니 빵들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이쁘고 맛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항상 보던 하이몬드 빵들 대신 못 보던 빵들이 많아져서 뭔지 모를 이질감이랄까 낯설음이랄까.. 그냥 좀 하이몬드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내가 하이몬드에서 가장 좋아하던 야채 식빵이 없어져서 실망이 컸다.
이전하면서 전체적으로 빵들도 리뉴얼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젊은 취향에 맞게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것 같았다.
또 하나 달라진건 빵마다 인심좋게 제공하던 시식용 빵이 전혀 없었다.(시식용 빵 접시가 없는것으로 볼때 시식용 빵이 떨어진게 아니라 제공 할 계획이 없는것으로 보임)
대강 둘러보고 빵 몇 개 사 가지고 나오면서 현판을 봤는데 일단 상호가 '카페 드 하이몬드'에서 '브랜뉴 하이몬드'로 바뀌었고, 이상한 건 영문명이 'HIMOND'에서 'HIMONT'로 바뀌었다는 거다.
어떻게 읽어도 HIMONT가 하이몬드로 읽히진 않기 때문에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내가 이런 궁금증이 도지면 못 참는 성격이라 조사를 좀 해봤다.
그 결과, 2010년도 중반까지만 해도 2대 사장(하이몬드 창업자의 아들)이었던 하이몬드 대표와 현재 이전한 하이몬드의 영수증에 찍힌 대표명이 다르다.
그리고 두 명 다 흔치 않은 맹씨인것으로 볼때 2대 사장이 이전을 전후해서 가족(또는 친지)에게 대표를 넘겨준 것으로 추정된다.
또는 하이몬드가 천호역 외에 가지고 있는 거점인 하남으로 2대 사장이 건너가고 천호동엔 브랜뉴하이몬드라는 새 법인을 세운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종의 이유로 'HIMOND'를 쓸 수 없어 발음도 전혀 맞지 않는 'HIMONT'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모든 건 내 추측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중요한건 내가 좋아하는 야채식빵은 더 이상 하이몬드에 없다는거고, 빵들도 많이 바뀌었고 인심 좋던 시식빵도 없어지는 등 예전 하이몬드의 감성을 전혀 느낄 수 없어진데다 접근성도 나빠져서 자주 찾게 되진 않을 것 같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