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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랑종

2021.07.17 관람

 

태국판 엑소시스트+블레어 위치+파라노말 액티비티+부산행의 어정쩡한 짬뽕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찍었고 나홍진 감독이 제작과 시나리오 원안을 제공한 태국 영화라는 정도만 확인하고 김 빠질까 봐 예고편도 보지 않고 관람했지만, '역대급으로 무섭다'는 평들을 보며 설레발임을 알면서도 은근 기대를 했다.

 

먼저 '랑종이 무서웠냐?'라고 묻는다면 공포 영화는 스타일이 워낙 다양하고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주제나 강도가 제각각이라 무섭다는 기준을 잡기 어렵지만 점프 스케어나 폭력적인 쪽으로 내성이 강한 내 기준에는 전혀 무섭지 않은 영화였다.

 

초중반까지는 무당을 주인공으로 한 샤머니즘 주제의 다큐멘터리처럼 잔잔하게 진행되는데, 무섭진 않지만 태국 시골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우리나라 무속신앙과 비슷한 부분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서서히 빌드업해 나가는 과정이 지루하진 않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몇 번의 점프 스케어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고어한 연출이 등장하면서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싶어 진다.

그러다 후반부에 가서는 분위기와 템포가 급변하며 갑자기 좀비물이 돼버리는데, 이쯤에선 완전히 몰입이 깨져버렸다.

원래 설정은 좀비가 아닌 개나 짐승들의 원혼이 빙의된 것이지만 문제는 연출이 그 설정을 못 따라가고 그냥 정형화된 좀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초반부의 신과 무당, 악령 등 오컬트적인 분위기에서 물리적 실체가 존재하는 좀비(원혼이 빙의된 사람이라고 하지만 암만 봐도 좀비)물로 뒤바뀌면서 잔인하고 폭력적인 연출로만 공포를 주려 무리하게 밀어붙이는데, 나는 여기서 유치함마저 느꼈다.

처음에 그 많은 좀비물들 중 굳이 부산행을 언급한 것도 좀비 연기가 어색하고 어설픈 것이 랑종 후반부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데, 좀비물을 즐겨 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무서운 좀비물은 폭력 자체로 공포감을 주지 않는다.

 

애초에 나홍진의 세계관이나 설정이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랑종은 그냥 나홍진 감독이 직접 연출했어야 하는 영화였다.

 

6.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