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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모가디슈

2021.08.01. 관람

 

'신파와 국뽕'

일단 이 두 가지가 없어서 좋았다.

신파와 국뽕의 늪에 빠지기 쉬운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잘 참았다.

아마 류승완 감독이 전작 군함도에서 크게 데였던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영화 본 사람들은 알아들을 '깻잎 신' 같은 게 분명 더 있었을 것 같은데, 편집하면서 다 걷어낸 게 아닐까..

어쨌건 덕분에 영화는 질척거리는 장면 없이 꽤 담백하게 나왔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없는 게 있는데, '액션'이다.

장르를 액션, 드라마라고 내 걸고 있지만 이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다.

내전에 휩싸인 소말리아가 극 중 배경이니 두 시간 내내 총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제대로 된 총격전은 없으며, 주인공들은 그저 살기 위해 도망칠 뿐이다.

하지만 제작비 250억짜리 호화 캐스팅 대작을 심심한 탈출 드라마로 끝내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영화 후반부에 카체이싱을 넣는 승부수를 둔다.

분량도 20여분 정도로 상당히 길고 류승완 감독의 특기가 발휘돼 다이나믹하게 잘 찍었다.

하지만 연출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나는 이 카체이싱 장면이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다.

20여분 간 벌집이 되도록 총격을 받고도 차는 멀쩡히 잘 굴러가고 희생자도 '거의' 없는 것이 몰입이 깨질 정도로 리얼리티를 급격히 떨어뜨린다.(장갑차도 아니고.. 이미 다 죽었거나 차가 폭발하고도 남는 게 정상이다)

물론 모가디슈가 오락 영화였다면 이런 비현실적인 연출이 전혀 문제 될 게 없지만, 2시간 가까이 실화 기반의 리얼한 드라마로 전개되다 막판에 갑자기 이러니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건 마치 잘 나가다 막판에 카체이싱으로 무리수를 던졌던 택시운전사를 떠오르게 한다.(택시운전사의 어설픈 그것에 비해 훨씬 잘 찍긴 했지만)

의도적으로 힘을 준 후반 카체이싱보다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시위 및 폭동 장면과 소말리아 내전 발발 초기의 리얼하고 긴장감 있는 연출이었다.(총기 효과음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 같다)

특히 이 영화가 모로코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것임을 고려하면 아프리카 타지에서 이렇게 대규모의 외국인 엑스트라를 동원해 이 정도 퀄리티의 군중 신을 뽑아낸 것이 놀랍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캐스팅은 조금 아쉬웠는데, 특히 허준호는 전혀 북한 공무원처럼 보이지도 않고 연기도 겉도는 느낌이라 미스 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된다.

김윤석의 경우 연기력이야 말할 필요 없지만 극 중 배역 자체가 그냥 평범하고 인간적인 외교관 아저씨 캐릭터다 보니 김윤석의 장점인 카리스마가 묻어나기 어려웠다.(난 곽도원이 이 역할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조인성은 능글맞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았지만 역시 30년 전 안기부 요원이란 캐릭터에 어울린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 외 조연들의 캐릭터나 연기도 정만식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별로였다.

아무튼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로 인해 군함도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