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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 2

초반부터 분위기가 암울하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세누아의 환시를 표현한 퍼즐.
전투 액션의 모션은 꽤 좋지만 조작은 단조롭다.
레터박스 좌우의 글이 환청 자막이다. 가끔은 동시에 세명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컷신 등 게임 내 모든 화면이 사전 제작된 영상 없이 실시간으로 렌더링된다.
단순한 길찾기 퍼즐이 반복된다.
자연 경관을 표현한 월드 그래픽만큼은 기존 게임들과 다른 레벨이다.
사실 세누아는 미형(실제 모델도 상당히 미인)인데 게임 특성상 계속 일그러진 표정과 분장 때문에 비호감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전작(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도 플레이하지 않았고 본작 역시 관심이 없었는데 그래픽이 워낙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아 궁금증이 생겼고, 마침 XBOX 게임패스 데이원 타이틀인 데다 플레이타임도 짧다고 해서 부담 없이 해보기로 했다.

플레이타임은 6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포토 모드로 스크린샷도 찍으면서 그래픽 구경하며 천천히 진행한 결과 엔딩까지 9시간이 걸렸다.

그래픽부터 얘기하자면 언리얼 엔진 5의 루멘, 나나이트와 메타휴먼 등의 신기술을 모조리 때려 박은 만큼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특히 월드의 자연경관 표현은 데시마 엔진의 데스 스트랜딩, 호라이즌 제로 던이나 플래그 테일: 레퀴엠처럼 그쪽 방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게임들과 비교해도 한 차원 높은 수준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주인공 세누아는 조현병을 앓고 있고 이런 정신질환을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환시는 게임 내 연출 및 퍼즐 형태로 표현되며 환청은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의 귀에 때로는 속삭이고 때론 소리 지르며 간접 체험(?)을 하게 된다.(헤드폰 사용 강력 권장)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이런 환청 연출 때문에 게임하다 정신병 걸릴 것 같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마냥 농담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사운드의 표현이나 퀄리티가 좋다.(너무 길면 플레이어들이 진짜 정신 나갈까 봐 플레이 타임을 6시간 정도로 잡은 건지도...)

그 외에도 인물의 표정 묘사나 세누아 성우의 연기, 실험적인 민속 음악 밴드 Heilung이 참여한 사운드트랙 등도 뛰어나다.

반면 게임플레이 측면에서는 좋게 평가하기 어려운데 게임의 진행이 이동 -> 퍼즐 -> 전투의 반복인 건 문제 되지 않지만 각각의 요소가 매우 단조롭다.

이동은 탐험의 요소가 전혀 없는 일자 진행이고 퍼즐은 길 찾기와 문 열기 두 종류, 전투의 경우 모션은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패턴의 반복이라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헬블레이드라는 제목도 그렇고 실제로 '액션 어드벤처'로 분류하고 있지만 사실상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다행히 QTE는 없다)

게이밍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TV나 모니터가 16:9 비율임에도 영화에서 사용되는 2.39:1 비율을 고집해 레터박스를 반 강제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영화와 같은 표현을 위한 선택이고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게임 내 HUD와 튜토리얼까지 빼버린 개발사의 의도는 존중해야겠지만 답답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호불호가 분명해서 추천하긴 어려운 게임이지만 차세대 그래픽을 체험하고 싶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싶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