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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 2049


비록 원작 감독이 제작에 관여하고 원작 주연 배우도 다시 출연하지만, 무려 35년만의 속편 등장은 오히려 원작을 훼손시키는게 아닐까하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드니 빌뇌브가 감독을 맡고 로저 디킨스와 한스 짐머까지 동원되는 지경에 이르고, 여기에 한창 주가가 오른 라이언 고슬링까지 주연으로 합류하니 도무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이 심상치않은 스케일의 프로젝트는 1억 5천만 달러짜리 예술 영화를 탄생시켰다.


사실 원작이 속편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3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을때 시나리오에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어느정도 억지스러운 부분들도 있을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영리한 속편은 원작의 세계관과 철학을 충실히 계승함과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로 꽤나 매끄럽게 이어 나간다.

한마디로 35년만에 갖다 붙인거치고는 딱히 거슬리는거 없이 그럴 듯 하다는 것.

그리고 이야기 자체도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심플하고 단순하다.

전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지만 원작을 보지 않았거나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조금 헷갈릴 수는 있다.


가장 기대했던 비주얼적인 부분은 원작의 분위기를 전혀 이질감 없이 잘 살리면서도 35년이란 세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퀄리티의 화면을 보여준다.

도시의 각종 건축물부터 인물들의 의상, 특유의 음울한 날씨, 전체적인 화면의 색감과 질감, 몇몇 장면에서의 몽환적인 표현 방식등 시각적인 거의 모든 부분이 아름답다는 말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원작의 레이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반쯤 넋이 나갈 정도였다.(물론 이부분은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하지만 위에서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투입된 예술 영화라고 표현했듯이 상업적인 영화의 재미 요소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우선 영화의 흐름과 호흡이 굉장히 느릿느릿하고, 그럴듯한 액션 장면도 없으며,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 시켜주는 개그 요소조차도 없다.

한마디로 제대로 몰입해서 감상하지 못하면 아주 지루한 영화가 될 수 있다.

내 옆자리에서 혼자 감상하던 아저씨도 팝콘 한통을 다 먹고는 결국 도중에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럽게 보았으나 이런 대중성과 흥행성을 고려하지 않고 뚝심있게 속편을 찍어낸 제작사와 감독에게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흥행 실패로 타격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초 개봉땐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외면 받았으나 재평가되며 점차 명성을 얻어 결국 명작으로 인정받게 된 원작처럼 블레이드 러너 2049도 똑같이 그 패턴을 따르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8.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