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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2017.12.16 관람


!스포일러 포함 주의


2년을 기다린 스타워즈 에피소드8.

전작인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가 클래식 에피소드4를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면 이번 라스트 제다이는 기존 스타워즈의 클리셰는 물론이고 캐릭터들과 설정까지 깨부셔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 내내 거슬리거나 황당한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역시나 가장 큰건 루크의 묘사로 은하계의 영웅이자 최고의 제다이를 노망난 은둔 노인으로 만들어버렸다.

7편 마지막에 등장하며 굉장한 기대를 심어준것과는 너무나 다르게 찐따로 만들어놨는데 레이에게 건네받은 라이트세이버를 뒤로 던져버릴때부터 뭔가 잘못됐다는걸 느꼈다.

강인한 정신력과 선함의 상징인 캐릭터를 조카 살인 미수범으로 만들어버리고 그 이후의 행보 역시 이해할 수 없는데, 이는 루크 그 자체인 마크 해밀도 이건 자기가 아는 루크가 아니라고 불만을 표한바 있을 정도다.

중간에 포스의 영으로 요다를 등장시켰을때만해도 올드팬들에 대한 서비스구나 싶은 생각에 반가웠으나 그 뒤에 이어진 '옛것은 다 필요없다'며 제다이 사원을 포스 라이트닝으로 개박살 내버리는걸 보며 이건 서비스가 아닌 올드팬들을 대놓고 조롱하는것으로 느껴졌다.

이 연출은 그런 의도를 떠나서라도 포스의 영이 현실세계에 물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걸 보여주어 기존 설정을 무시해버렸다.

이런게 가능했다면 진작에 나타나서 포스 라이트닝으로 나쁜놈들 다 때려잡지 않고 뭐했냐?

레아 공주님의 슈퍼맨 우주 유영도 황당하기 그지없고, 전작에서 숙련된 베테랑이자 듬직한 리더였던 포 다메론은 사고나치는 다혈질 쪼다로 만들어 놨다.

주인공인 레이 역시 전편에서 출생의 비밀에 대해 뭔가 있는것마냥 그렇게 떡밥을 뿌려놓고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는식으로 무시해버린다.

악역인 스노크도 마찬가지.

엄청난 포스와 남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다는 놈이 바로옆의 라이트 세이버의 움직임도 감지하지 못해서 어이없이 죽어나가고 결국 정체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스타워즈의 또다른 상징과도 같은 3PO와 R2D2는 거의 우정출연 수준으로 비중을 줄인 반면 새로운 드로이드인 BB8은 주연급보다도 더한 활약을 펼친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귀여움을 들이미는 '신규 인형' 포그도 꼴보기 싫었다. 참고로 포그 인형은 이미 판매중이다.

뜬금 없이 등장한 홀도 제독은 이해할 수 없는 계획으로 모든걸 망치고는 40년 스타워즈 세계관을 깨부수는 카미카제로 장렬히 퇴장하신다.

또 빼놓으면 섭섭한 핀과 로즈.. 한마디로 이 둘의 분량은 라스트 제다이 최악이자 전혀 쓸모없는 장면들이었다.

전편에서 꽤나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핀은 로즈라는 신 캐릭터를 위한 들러리가 되어버려 전혀 존재감이 없어졌고, 로즈는 처음 몽둥이 찜질부터 마지막 키스신까지 정말 황당함의 끝을 보여준다.

특정 사상을 의도적으로 영화에 개입시킨게 너무 티가 나는데,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면 상관없지만 라이언 존슨의 각본은 그러기엔 너무 부족했다.

스토리도 개연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구멍 투성이인데 다른걸 다 떠나서 동네 숨바꼭질 수준의 추격전부터가 스타워즈는 커녕 SF에 조금이라도 조예가 있는건지 의심스러운 수준.

그나마 카일로 렌은 전편의 찌질이보다는 좀 더 성장된 모습을 보여줘서 좀 나은편이었지만 다스베이더의 손자이자 루크의 조카인 새로운 시스로드가 고작 로열 가드 몇명한테 고전을 면치 못하는 나약함을 보여준다.

아, 빼먹을뻔 했는데 전편에서 아쉽게 퇴장했던 캡틴 파스마.

이번에 다시 나온다고해서 기대했건만 또다시 광속 퇴장.. 파스마가 보바펫 포지션이라더니 이 취급은 뭔지?

그외에도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들과 비교해 저항군 세력내에 외계인 비중이 굉장히 축소된 연출도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다.

정말 황당함, 어이없음, 뜬금없음의 연속인 영화인데 계속 적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이정도선에서 마무리 해야겠다.

비록 영화를 거지같이 만들었지만 어쨌건 이번 라스트 제다이의 결론은 '옛 것은 싸그리 버리고 새로운 스타워즈를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나도 스타워즈 골수팬도 아니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세대교체가 이뤄지는건 당연한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 명예롭게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말은 되게끔 퇴장을 시켜야지 예전것을 버리는 정도가 아닌 아예 망쳐버리는건 문제가 있는거다.

마치 토미노의 우주세기 건담의 세계관을 이어받는다는 유니콘이 원류인 우주세기의 세계관까지 멋대로 뒤엎어버린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게 유니콘을 욕하면서도 기체들만큼은 미워할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로 라스트 제다이에 등장하는 스타워즈 세계관의 최신 기술이 접목된 비주얼들은 볼만 했다.

처음 디즈니에서 스타워즈 7,8,9의 기획을 하며 전체적인 시나리오는 잡아놨을거라 생각했는데 7,8편 흘러가는 꼴을 보니 이건 그냥 전편과 전혀 상관없이 지멋대로 만들어가는 아마추어 릴레이물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JJ에이브람스의 7편을 넘겨 받은 라이언 존슨이 8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고는 다시 9편을 JJ에이브람스에게 넘긴셈인데, 대체 마지막 9편을 어떻게 수습 할지 상상이 안된다.


6.0/10


ps. 라이언 존슨에게 스타워즈 차기 3부작의 감독을 맡긴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다음 스타워즈 시리즈의 관람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