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1987

2017.12.30 관람


지극히 정치적인 영화이나 여기서는 영화로서만 얘기하겠다.

우선 시대상과 성향이 비슷한 '택시운전사'와 비교하면 영화적 완성도는 1987쪽이 훨씬 높다.

거의 송강호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하고 매번 똑같아서 식상한 유해진과 몰입감을 깨는걸 넘어 황당하기까지 한 추격전 등 좋은 소재에 비해 영화적으로는 많이 부족했던 택시운전사와는 달리 1987은 묵직한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면서도 적절하게 균형이 잡혀있다.

물론 유해진은 1987에도 어김없이 또 등장하지만 그동안 얼굴만 나와도 어떤 캐릭터인지 뻔해보이던 똑같은 유해진과는 다른 캐릭터여서 좋았다.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섞으면서 풀어나가는 스토리도 괜찮았고 특히 억지 신파 코드가 없어서 좋았다.

주요 배우들의 연기는 대부분 좋았지만 특히 김태리의 연기가 좋았다. 역시 아가씨의 최대수확은 김태리의 발굴이었던 듯.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윤석과 하정우의 대립 구도에서 강동원, 김태리 중심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극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고 긴장감도 몰입감도 떨어진다.

감독은 정치나 데모따위에 전혀 관심없던 평범한 시민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각성하고 결국 시위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을 김태리의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영화의 마지막에 김태리를 버스위로 올리며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나는 이 장면이 가장 어색하고 별로였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건 당연한거지만 그런 욕심이 과하면 결국 영화의 개연성과 몰입을 깨뜨리는 연출로 나타나기 마련.. 한마디로 잘나가다 마지막에 '오버'했다는 얘기다.

초중반까지의 묵직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제 3자의 시점으로 그냥 묵묵하게 그려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판단은 관객들이 보고나서 직접 하게 놔두고 말이다.


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