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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야생의 땅: 듀랑고


출시 직후부터 3월말까지 열심히 했던 듀랑고.

틀에 박힌듯 뻔한 모바일 게임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파고들만한 깊이가 있는 게임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하우징 시스템도 비교적 잘 되어있어서 좋았던 게임이다.

또한 이게 정말 넥슨게임 맞나 싶을 정도로 인앱결제 유도가 없고 국산 게임 디폴트인 강화 시스템과 자동 사냥이 없다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만약 강화 및 자동사냥이 있었다면 난 듀랑고를 하지 않았을거다)

게임내 모든 아이템에 내구도를 부여해 영원한 지존템이 존재하지 못하도록하고 그로인해 제작 컨텐츠를 통한 활발한 채집->생산->소모의 유저 경제를 구축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듀랑고는 이런 의미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곧 여러가지 한계를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 포지션으로 모바일로 하기엔 시스템이 하드하고 그렇다고 PC게임 기준으로 보기엔 많은부분이 라이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로 전투 컨트롤하기가 어렵다기보다는 불편하고 생존 게임에 필수적인 각종 제작 및 생산의 절차가 복잡해 피로도가 상당히 크다.

고정 쿼터뷰 방식에 회전 기능도 제공하지 않아 사유지내에 조금 촘촘하게 건물을 짓거나 구조물을 컨트롤 하려할때도 간섭이 발생해 조작이 쉽지 않다.

결국엔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에뮬레이터인 NOX를 깔아서 PC로 플레이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점에서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장점은 이미 상당부분 사라져버린거다.

모바일 게임을 모바일 환경에서 하기 힘들고 불편하다면 문제가 있는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렇다고 PC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기엔 컨텐츠의 폭이 빈약해서 당장 월드 디자인만해도 기후별로 나눠 놓긴 했지만 사실상 큰차이 없고 자원의 차이만 있다고 보는것이 맞다.

한마디로 너무 단조롭다는거고 기후=자원으로서 인식될뿐 시각적인 즐거움이나 월드에 대한 호기심은 전혀 유발시키지 못한다.

엔드 컨텐츠인 무법섬에서의 부족간 PvP와 점령도 개인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느꼈는데 무엇보다 컨텐츠에 대한 동기 부여가 부족하다.

무법섬 가서 PvP하라고는 하는데 왜 해야하는지를 모르겠는거다. 기껏해야 무법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을 얻기위해서? 그거라면 안가고 그냥 장터에서 사도 그만이다.

엔드 컨텐츠면 대부분의 유저들이 갈망하고 결국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이전의 게임과정을 거쳐야하는건데 난 전혀 그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안전하게 꾸며놓은 내 사유지에서 우리 부족원들과 사이좋게 잘 살고있는데 굳이 왜 가서 다른사람들과 싸워야하는가?

사실 여기에서도 결국 딜레마가 발생하는데 애초에 듀랑고는 생존이 목적인 생존 게임이다.

그래서 처음 누더기 옷 한장 입고 무인도를 돌아다니며 생존을 위해 활동을하며 결국 정착하게 된다.

문제는 고레벨이 돼서 집도 짓고 농사도 짓고 이것저것 다 꾸며놓고 한마디로 먹고 살만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사실 목적이 사라지게 된다.

왜냐면 생존 게임에서 이미 안정적으로 생존하게 되었으니까. 즉 게임의 목적을 사실상 달성한것이다.

하지만 이건 엔딩이 존재하는 게임이 아니므로 개발사가 제시한 다른 부족들과 치고박고 싸우던가, 아니면 하던대로 계속 사유지에서 생산하고 소모하는 일상을 반복하던가 둘 중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나처럼 부족간 PvP 컨텐츠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 유저들은 더이상 목표를 찾을 수 없게되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생산활동에 지쳐 게임을 그만두는 상황에 도달하는거다.

듀랑고의 생산 및 제작 시스템은 꽤 정교하게 잘 만들어졌지만 2차, 3차 가공을 거치며 갈수록 복잡해지는 과정에 상당한 피로도를 느끼게되고 제작 과정에 비해 지나치게 빠른 소모도는 제작 의지를 상실시킨다.

예를 들어 칼 한자루 만드는데 꼬박 이틀 걸리는데 사냥 반나절하면 칼이 박살난다면 누가 만들고 싶겠나?

물론 이건 밸런스의 문제라 고쳐질 수 있는거지만 엄밀히 그것도 개발사의 능력이다.

또 최근에서야 추가된거같지만 부족(길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게임에 파티 시스템이 없었다는것도 큰 문제였는데 덕분에 친구나 부족원들과 함께 사냥 다니기가 굉장히 불편했다.

결국 혼자 잡기 힘든 사냥감이 있을때나 도움을 청해서 함께하지 사냥꾼들은 대부분 홀로 사냥을 하고 제작자들도 혼자 묵묵히 제작을 한다.

게임 시스템이 이렇다보니 부족원들이 많아도 뭔가 같이 할만한것이 거의 없다.

동료들이 있어도 항상 고독한 느낌을 받게되는 게임인것이다.

오랜만에 개발 컨셉과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 게임이라 아쉬운 마음도 커서 단점을 많이 늘어놨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애초에 그냥 PC온라인 게임으로 제대로 만들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