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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

*스포일러성 스크린샷 포함

오랜만에 만나는 루카스필름 로고
메뉴 화면은 좀 썰렁하다.
초반부터 스타워즈 팬들을 혹하게 만드는 비주얼을 보여준다.
본작의 주인공 칼 케스티스. 훈남형이다.
기본 소양인 벽타기
"Trust Only in the Force"
당연히 스토미도 등장한다.
스토미들 상대로 라이트세이버 사용법을 익힌다.
드로이드 친구인 BD-1과의 만남
라이트세이버 디자인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홀로테이블을 사용해 행선지를 선택한다.
밤의 자매와 밤의 형제들
등장하는 적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대처 방법을 볼 수 있다.
AT-AT를 직접 몰아 볼 수 있다.
우키족 초이시크. 츄바카가 보고 싶다.
트레일러 영상에도 등장했던 나인스 시스터
커다란 덩치에 비해 별로 강하지 않다.
칼의 어릴 때 모습
전 핑크요!
드디어 핑크 라이트세이버를 손에 넣음.
실전 테스트 중
맵을 3D 홀로그램 스타일로 표현하려한 것 같은데 보기엔 불편하다.
타론 말리코스와의 보스전
중간중간 계속 마주치게 되는 트릴라
포스 초크!
최종보스 트릴라와의 결판
이전 보스들과 달리 굉장히 애먹었다.
그리고 그 분의 등장
그 분 등장에 바짝 쫄은 제다이 둘
베이더 경을 등장시키기 위해 디즈니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몰라도 스타워즈 팬이라면 그저 감동스러울 따름.
"도망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정답
로그원 마지막 등장씬 못지 않게 굉장히 압도적으로 그려진다.
안녕히계세요. 포스가 함께하길!
후속작의 여지를 남겨놓고 엔딩을 맞는다.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이하 오더의 몰락)을 플레이타임 22시간 만에 마쳤다.(난이도는 노말에 해당하는 제다이 기사)

매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스타워즈 세계관의 게임에서 제다이(비록 정식 기사는 아닌 파다완이지만)를 조종하며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스타워즈와 제다이, 그리고 라이트세이버를 내려놓고 게임성만 따져보자면 내 취향에 맞지 않거나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언차티드나 툼 레이더 같은 플랫포머 액션 어드벤처에 다크소울, 세키로 등의 시스템을 라이트 하게 가미한 구성인데, 전투는 그래도 꽤 괜찮다.

보스급 적들은 몇 가지 패턴이 있어서 한 두번씩 죽으면서 익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고, 죽은 후 다시 보스까지 가는 구간도 고의적으로 피곤하게 만들어 놓진 않았다.(단, 회복 및 세이브 시 적들이 리스폰되는 건 오더의 몰락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한 라이트세이버 스킬들과 포스의 조합을 이용한 공격, 회피와 패링을 통한 방어 시스템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하지만 심의 등급을 고려한 탓에(12세 이용가다) 인간형 적에겐 라이트세이버로 공격해도 절단 효과가 없어서 영화에서처럼 스치기만 해도 잘려나가는 광선검의 느낌보다는 형광등으로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아쉽긴 하지만 이건 디즈니 성향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라이트세이버 휘두를 때 특유의 붕붕 소리와 황홀한 빛을 보는 것은 매우 즐거웠다.

참고로 마지막 보스전에서 20번 정도 트라이하며 엄청 고생했는데, 엔딩 후에 알고 보니 피 회복하는 스팀팩을 최대 10개나 보유할 수 있는 거였다.

난 맵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아이템을 모으질 않아서 끝까지 스팀팩 3개로 깼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거였다.(10번 정도 죽었을 땐 내가 이렇게 게임을 못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전투를 제외한 게임 진행은 언차티드 시리즈보다 플랫포머 요소가 훨씬 강한 수준으로 낙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낙사할 경우 다시 세이브 포인트부터 시작하지 않고 낙사 지점에서 바로 시작한다는 거다.(만약 이렇지 않았다면 중간에 접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자 진행인 건 마찬가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진행이 길 찾기와 퍼즐, 기믹으로 이루어져 있고 난이도도 언차티드보다는 많이 높은 편이다.

난 이런 플랫포머 요소와 길 찾기, 퍼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딱 언차티드 정도 선이 적당한데 오더의 몰락은 그 선을 꽤 넘어간다.

공략을 찾아볼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막혀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10분 이상 고민한 구간이 2~3곳 정도 있었다.

또 언차티드나 라스트 오브 어스, 갓 오브 워 같은 요즘 액션 어드벤처 게임들이 선행적인 구조임에도 오픈월드 요소를 일부 도입해 캐릭터의 행동반경을 넓히고 약간의 자유도를 부여하는 것과 달리 오더의 몰락의 레벨 디자인은 갈 수 있는 곳은 길로 딱 한정 지어 놓는 아주 고전적인 스타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뭔가 한참 뛰고 달리고 하는 것 같은데도 전혀 맵이 넓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는 빠른 이동을 제공하지 않아서 길 찾기를 통해 힘들게 목표 지점까지 간 후에 다시 비행선까지 되돌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나뿐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단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인데, 끝까지 패치 등으로 개선되지 않는 걸 보면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의도된 설계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서 더 웃긴 건 한 번 갔다 다시 돌아오는 것도 지루한데 같은 행성(맵)을 두세 번씩 다시 가야 한다는 거다.

물론 다시 갈 때는 새로운 스킬을 얻게 됨에 따라 다른 루트로 가게 되지만 어쨌건 똑같은 맵을 여러 번 가는 것은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다.

아마도 한정된 제작비와 제작기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한번 찍은 세이브 포인트 간에는 빠른 이동을 할 수 있게 해줬어야 했다.

나는 스타워즈 팬심으로 버텼지만 이 지루한 반복 이동 때문에 중도 포기한 사람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안다.

 

레벨 디자인의 아쉬운 점은 여기서 끝이 아닌데, 스토리와도 연관이 있지만 대부분의 맵이 사원이나 유적지 같은 곳이라 도대체 갈 곳도 많고 할 것도 많은 스타워즈 세계에서 왜 유적지랑 무덤 같은 곳만 찾아 헤매도록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고대 유물 찾는 툼 레이더에 스타워즈 스킨을 씌워놨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얘기다.

나는 적어도 스타워즈 세계관을 사용한 게임이라면 영화 등 다른 매체에서 봤던 도시(힘들면 마을이라도) 하나 정도는 등장해 주길 기대했다.

좁아터진 비행선이 아닌 정비할 수 있는 아지트도 하나 있고,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여러 외계 종족들도 만나 볼 수 있는 상점이나 술집이 있는 그런 마을 말이다.

커스터마이징도 아쉬운데, 의상 같은 경우 단순한 색깔놀이가 전부라 꾸미는 맛이 전혀 없고, 라이트세이버의 경우 부품 조합으로 외형이 바뀌긴 하지만 휘두르기 바쁘기 때문에 인게임에서는 거의 무의미하다고 봐야 한다.

유일하게 의미 있는 건 라이트세이버 색상뿐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무의미한 의상 컬러나 라이트세이버 부품이 맵에 흩어져 있는 수집 요소기 때문에 전혀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스토리 얘기도 간단하게 하자면 나는 전혀 흥미롭지 않았는데, 그냥 선배 제다이가 개고생 해보라고 숨겨 놓은 비밀을 찾기 위해 주인공이 툼 레이더 행세하며 고생하는 것이 사실상 스토리라인의 전부로, 뭔가 스토리보다는 게임 레벨 디자인을 해놓고 거기에 스토리를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와 에피소드 4 사이의 시간대에 끼어 들어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스케일도 작고 영향력도 없는 너무 시시한 이야기가 돼 버렸다.

주인공 칼을 비롯해 자로 타팔, 시어와 트릴라, 그리즈 등 몇 안 되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나 배경, 관계 설정 등은 맥 빠지는 스토리에 비하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스타워즈 분위기를 잘 살린 BGM도 상당히 퀄리티가 좋다.

전체적으로 스타워즈가 아니었다면 중도하차할 뻔한 아쉬운 점이 많은 작품이었지만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첫 액션 어드벤처이기도 하고, 또 흥행에 성공해서 천만 장 넘게 팔린 이상 후속작 제작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다음작에서는 더 완성도 높고 스케일도 키운 작품으로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