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주제가부터 듣고 시작하자.
메칸더 브이를 본 적 없는 세대부터 심지어 우리 엄마까지 노래는 알 정도로 MBC판 주제가는 오리지널을 능가하는 명곡이다.
국환이 형님의 비장하면서도 박력 있는 보컬이 일품.
박스가 꽤 크다. 대략 중소형 MG급 사이즈.
메칸더 저작권을 가진 와코 프로의 씰이 정식 라이선스 제품임을 말해준다.
추억의 장난감들을 재현한다는 콘셉트의 문방구 시리즈도 벌써 18번째다.
사용연령 14세 이상 제품으로 일부 부품들이 뾰족하므로 조립 시 주의가 필요.
조립 설명서 외에도 뭐가 많다.
부품도가 별도로 첨부되어 있는 게 눈에 띈다.
기왕 이렇게 신경 쓰는 거 런너별 재질도 함께 표기했으면 더 좋았을 듯.
매뉴얼은 컬러에 보기 쉽게 잘 되어 있다.
런너가 생각보다 많은데 대부분 두 장씩이라 정크파츠가 좀 나온다.
그리고 스티커나 데칼은 없다.
머리부터 조립한다.
발매 전 공개된 채색 샘플에서 얼굴색이 형광 녹색처럼 너무 밝아서 말이 많았는데 다행히 적절하게 조정되어 나왔다.
눈을 포함해 색분할이 잘 되어있고 조형도 원본에 충실하면서도 너무 투박하지 않게 잘 뽑혔다.
대히트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선 못생겼다고 완구가 안 팔려서 스폰서까지 망한 작품이지만 추억 보정 때문인지 몰라도 내 눈엔 잘생겨 보인다.
귀마개 부품에 패널 라인 악센트로 먹선을 넣고 신너로 닦아내니 하얗게 번지는 현상이 있었다.
플라스틱 재질이나 안료에 문제가 있는 건지 몰라도 아쉬운 부분.
메칸더 V의 주무장인 메칸더 UFO.
안쪽 몰드 디테일도 심심하지 않게 들어갔다.
주먹 손 외에 편 손과 오른쪽 무장 손이 제공된다.
손에 인색한 반다이 HG보다 확실히 나은 부분.
발바닥에도 건프라 느낌의 몰드 디테일이 들어가 있다.
평범한 붉은색 부품인데도 웰드라인이 보인다.
놀랍게도(?) 다리 프레임이 존재한다.
물론 디테일은 요즘 HG 건프라에도 들어가는 수준이지만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다.
여기 들어가는 작은 부품 두 개가 유일하게 고정성이 안 좋은데 분실 방지를 위해 접착 처리하는 게 좋다.
오메가 미사일도 두 개 제공된다.
이 정도면 잘 생겼는데 70년대 일본 초딩들 눈에는 영 별로였나 보다.
디자이너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다이탄 3부터 건담 등을 디자인한 오오카와라 쿠니오 선생으로, 일본에선 메칸더 로보가 망하면서 흑역사로 취급받는 듯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 귀족 의상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나는 꽤 마음에 든다.
가동 부분이 좀 엉성하긴 하지만 죠스 미사일 발사 기믹도 구현되었다.
메칸더 V는 87년 국내 방영 당시 공중파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로봇 만화로 나를 비롯한 동시대 초딩들에겐 추억의 로봇이다.
사실 난 이때 이미 다이나믹 콩콩 미니백과를 통해 Z, ZZ 건담에 등장하는 훨씬 디테일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로봇들을 접했기 때문에 10년이나 지난 메칸더 V가 별로 멋져 보이진 않았다.(메칸더 로보는 77년작)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보면 볼수록 구수하고 정겨운 70년대 거대로봇들의 디자인이 진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메칸더 V는 2019년 출시된 독수리 오형제 사령선 이후 두 번째로 만들어 본 아카데미 제품이자 로봇으론 처음인데 반다이 HG급 건프라에 거의 근접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스냅타이트 기술력이 많이 발전해서 위에서도 언급한 메칸더 맥스의 작은 부품 외에는 접착제가 필요 없는 고정성을 갖췄고 사출 상태나 몰드 디테일 등도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반다이에서 지양하는 추세인 폴리캡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부분이나 접합선 처리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설계 등에서 아직은 부족한 점들이 느껴진다.
전체적인 조형이나 프로포션도 마음에 들고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가미된 디테일도 괜찮다.
디자인상의 문제가 크지만 가동성은 그리 좋지 않은데 특히 발목 가동 범위가 좁아서 다리를 좀 벌리면 접지력이 많이 떨어진다.
반다이 건프라로 비유하면 HG급 퀄리티 + MG급 사이즈로 나온 제품이고 가격도 정가 4.2만 원으로 일본제 프라에 비하면 저렴하다.
대형마트에 기습적으로 선행 발매한 것도 모자라 킹 다이아몬드 아크릴 스탠드를 초회 한정으로 제공하는 바람에 일반샵에서 더 비싸게 예약하고 기다리던 사람들을 열받게 만든 해프닝도 있었지만 대부분 완성 후에는 만족했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메칸더 V처럼 일본에선 인지도가 낮아 좀처럼 제품화되지 않는 모델들을 준수한 퀄리티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