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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종의 전쟁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작품이라 기대가 컸지만, 개인적으로 2편 '반격의 서막'이 별로였기때문에 걱정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러운 편이었는데 우선 '종의 전쟁'이라는 부제부터가 다 뻥이다.

종 간의 전쟁이라고 말하기 매우 민망한 규모의 전투가 몇 차례 있을뿐인데, 일부러 부제를 저렇게 붙여서 관객들이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 액션물로 착각, 또는 기대하게끔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보인다.

뭐 좋다. 액션 빵빵하게 안터져도 스토리 진행이나 인물들간의 드라마가 좋으면 괜찮다.

하지만 난 그것도 별로였다.

인간이 퇴화되는 이유등 원작의 설정을 맞추기위해 너무 급하게 대충 끼워넣은듯한 진행은 개연성을 떨어뜨리고 영화를 가볍게 만든다.('이게 다 바이러스 때문이다'면 만사 OK?)

또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화제가 된 노바..

물론 귀엽긴했지만 노바라는 캐릭터가 나는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죄다 원숭이들과 칙칙한 군인들만 나오니 이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 하나 등장시켜서 원작 오마주도 하고 관객도 끌고 일석이조라고.. 제작사는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대체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느껴졌다.

특히 귀여운 표정을 짓는 노바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하는데.. 나는 그때마다 이게 혹성탈출인지.. 아이엠샘인지 헤깔렸다.

사실 따지고보면 마지막 3편은 오리지널 1편의 시작과 맞아떨어져야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때문에 스토리 진행이 뻔할 수 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1편에서 보여줬던 인물들간의 깊이 있는 심리묘사와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의 반이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

사실상 3편에선 스토리가 진행된게 거의 없다. 그냥 인간들은 자기들끼리 총질하고 바이러스 걸려서 자멸하는것이고, 유인원은 먹고 살기 좋은 터전을 찾아 정착한다는게 사실상 스토리의 전부다.

차라리 2편은 이야기가 없는대신 볼거리라도 확실하게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3편은 액션도 그저그렇고 스토리도 그저그런 작품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다.



* 스포일러 주의 *



가장 어이없고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시저의 마지막으로, 극의 흐름상 시저가 죽을만한 이유나 상황이 전혀 없었는데도 굳이 죽이는 방법을 택했다는거다.

왜냐면 그래야 더 극적으로 보이고 감동적으로 느껴질테니까.

하지만 그건 충분히 그럴만한 개연성이 있고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을때 얘기지, 이렇게 절대 안맞다가 막판가서 죽을때되니 갑자기 총알 맞고, 그것도 바로 죽는것도 아니고 죽을장소까지 무사히 잘 가서 죽는식의 연출로는 전혀 공감할 수 가 없는거다.

그냥 가볍게 볼 오락영화로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겠지만, 1편에서 보여줬던 묵직함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던 입장에서 리부트 3부작 대망의 마무리를 짓는 작품으론 많이 부족하다.


6.5/10


ps. 당연히 리부트는 3부작으로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돈맛을 본 제작사는 이미 4편의 제작을 확정했다고 한다.